의도성 여부를 떠나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ㆍ여)씨 피격 사망 사건이 북측의 과잉 대응에 의한 것이라는 점은 과거 사례를 통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1998년 이후 발생한 크고 작은 유사 사건들에 대한 북측의 해결 방식과 완전히 판이하기 때문이다. 북측은 과거 이번 사건처럼 남측 관광객의 경계선 침범 등 규칙위반 사건 발생시 ‘제지→억류→훈계후 인계’등의 과정을 밟아왔다.
2박 3일 일정으로 개최되는 ‘공무원 5급 승진 리더 과정’에 참가하기 위해 5월 19일 금강산에 도착한 충북도청 직원 A(51)씨는 다음날인 20일 오전 5시께 일어나 평소 습관대로 조깅을 하기 위해 혼자 숙소인 금강산 호텔을 나섰다.
A씨가 호텔을 출발, 옥류관과 온정각 서관 등을 거쳐 오전 5시 30분께 금강1교를 막 지났을 때쯤, 총을 든 북한군 초병 2명이 “멈춰, 멈춰”라는 고함과 함께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와 제지했다.
이후 초병들은 A씨를 30m 정도 떨어진 초소 앞으로 데려가 기다리라고 한 뒤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초병들은 30분쯤 뒤 “여기는 나오면 안되는 곳이다. 다신 오지 마라”며 A씨를 풀어줬다. A씨는 14일 “초병들이 연락을 하는 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초조해지고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초병들이 총기 등으로 위협을 가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왕자씨가 피격 사망한 장소와 비슷한 지점에서 억류됐다 풀려난 관광객도 있다. 도시빈민사회복지선교회 대표 김홍술(52) 목사는 지난해 6월 4일부터 사흘간 금강산을 방문했다. 오후 10시께 해수욕장 주변 산책에 나섰던 김 목사가 어둠 속을 1km 가량 걸었을 때, 북한군 2명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며 “섯!”하고 명령했다.
김 목사는 두 손을 든 채 그 자리에 선 상태로 북한군에 20여분간 억류됐다. 이후 손전등을 든 장교가 다가와 “무엇 하러 여기까지 들어왔느냐”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고, 이에 김 목사가 신분을 밝히자 누그러진 태도로 “목사선생, 맘 놓으시라우”라고 김 목사를 안심시켰다.
김 목사는 “10여분을 더 그 자리에 서 있었는데 그 장교가 다시 다가와 ‘죄송합네다’라고 말했고, 잠시 후 ‘여긴 관광객이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니 오던 길로 돌아가시오’라며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측 관광객과 관련된 사건이 발생하면 북측은 사건 조사를 위해 일단 당사자를 억류한 상태에서 사실관계를 따져본 뒤 현대아산 측에 인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2006년 9월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이 북한 군인에게 아이스크림을 주려고 길에서 벗어나 초소로 다가갔다가 초병의 위협을 받고 40여분 동안 억류당한 뒤 풀려난 일도 비슷한 경우다.
현대아산 금강산관광 홍보팀 관계자는 “보통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북측이 관광객을 억류하고 우리쪽에 연락을 취하는데 이번 일은 그 경우를 크게 벗어났다”며 “북측에서 사고 낸 사람을 충분히 조사하고 난 뒤 우리에게 바로 인계하는 절차는 2004년 당국간 합의서를 통해 확정된 내용이며, 지금까지 충실하게 지켜졌는데 이번 경우는 과잉 대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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