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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北, 박씨 피격시간 조작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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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北, 박씨 피격시간 조작 가능성

입력
2008.07.1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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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ㆍ여)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시간과 관련, 이미 해가 뜨고 난 뒤에 총성을 들었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와 정확한 피격 시점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북측이 박씨가 비무장 민간인임을 충분히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총을 쏴 숨지게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피격 시간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당초 박씨가 11일 오전 4시 50분께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발표했다. 이날 금강산 해수욕장의 일출 시간은 오전 5시 12분이었다. 북측이 일출 시간을 감안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북측 설명대로라면 북한군 초병은 사위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체 모를 사람이 경계지역에 들어오자 이를 뒤늦게 발견, 경고를 한 후 사격했다는 주장이 된다.

그러나 당시 현장 주변에 있던 목격자들은 총소리가 난 시간이 이미 동이 튼 뒤 주변 확인까지 가능한 오전 5시15분에서 오전 5시 20분 사이라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이모씨는 14일 “총소리가 난 것은 오전 5시 15분께로, 주변이 꽤 밝아 있었다”고 말했다. 사건을 처음 목격한 이인복(23ㆍ경북대2)씨도 “총소리가 들렸을 때는 이미 날이 밝은 후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은 북측이 주장하는 시각과 최대 30분까지 차이가 난다.

북측은 박씨 피격 사망 시각을 발표하면서 박씨의 이동 경로를 자세히 언급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발표 내용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북측 주장대로라면 박씨는 호텔을 출발해 불과 20분 만에 무려 3.3km를 이동한 것이 된다. 호텔에서 해수욕장 입구를 거쳐 북측 초소가 있는 기생바위까지는 약 2.3km. 여기에 초병 제지에 불응한 채 1km를 다시 거슬러 도주했다는 것이 북측의 주장인데, 이를 분석해 보면 원피스 치마를 입은 50대의 중년 여성이 시속 9~10km의 속도로 성인남자조차 걷기 힘든 모래사장을 쉼없이 뛰었다는 결론이 된다. 북측 주장이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러나 목격자들의 증언대로 오전 5시 15분에서 5시 20분께 총격이 이뤄졌다면, 박씨의 이동경로에 따른 사망 시간이 신빙성을 얻게 된다. 보통 성인의 보행속도가 시속 4km 내외인 점과 박씨가 백사장을 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50분 정도의 시간에 3.3km를 이동한 것은 일견 정상적이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북측이 현대아산 측에 사건을 알리기까지 4시간 반이 걸린 것을 지적하며 북측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사전에 여러 시나리오를 수립ㆍ점검한 뒤 조작된 사건 내용을 발표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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