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얽매여 미래로 가는 데 지장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독도,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충돌하는 대신 한일관계의 미래를 개선하는데 더 주력하겠다는 우의(友誼)의 표현이었다. 후쿠다 총리도 "한일 신시대를 열어가자"고 화답했다.
그로부터 3개월 여 뒤인 14일 이 대통령의 한일 신외교 전략은 일본의 교과서 해설서 독도영유권 명기로 뒤통수를 맞았다. 미국과는 쇠고기 및 정상회담 일정 연기문제로, 중국과는 이 대통령의 국빈방문 기간에 나온 중국외교부 대변인의 한미동맹 견제 발언으로 껄끄러운 상황이 연출되더니 한일관계에서도 일격을 당한 셈이 됐다.
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일본에 과거사를 갖고 사과, 반성하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해왔다. 2005년 일본 시마네현이 '독도의 날'을 선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박한 외교 전쟁도 있을 수 있다"고 선언한 이후, 최악의 시기를 겪어온 한일관계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 한ㆍ미ㆍ일 신3각 동맹 구축을 향한 이 대통령의 '저팬 프렌들리' 외교정책이 속도를 냈고, 양국 정상은 셔틀외교 복원을 약속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5월 일본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 문제가 담길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 대통령은 배신감 속에 '단호한 대처'를 지시했다. 정부의 계속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고집을 꺾지 않자 이 대통령의 답답함은 깊어졌다. 정부 소식통은 "유명환 외교장관, 권철현 주일대사, 이상득 의원 등이 당시 일본측에 강력한 항의입장을 전했고 이 대통령이 9일 일본 도야코 G8 정상회의 당시 후쿠다 총리에게 다시 이야기를 했는데도 이런 일이 터졌다"고 허탈해 했다.
특히 쇠고기 파동으로 국정 추진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믿었던 한미, 한일관계마저 어그러져 정부의 곤혹스러움이 더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대사소환 등 강수를 꺼내 들었다. 2001년 4월 과거사 왜곡 역사교과서 검정 통과 문제로 당시 최상룡 주일대사가 소환된 뒤 7년 만이다. 한일관계가 아주 각박했던 참여정부 당시에도 없었던 조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한일관계가 어떻게 갈 것인지는 우리보다 일본이 취할 여러 행동에 달려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양측이 강타를 주고 받다 보면 또 정상회담이 중단되는 한일외교 마비사태가 불가피해 보인다.
정상원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