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부실 협상의 문제점을 따지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어제 시작됐다. 내달 20일까지 38일간 열리는 국정조사는 촛불 집회로 국정이 마비되는 등 엄청난 국가적 후유증을 겪은 후에 열린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통렬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먹을 거리 불안에서 촉발된 촛불집회의 본질을 외면한 채 비난만 했던 여당이나, 곁불 쬐기에 급급했던 야당 모두 당리당략적 행태로 국론을 분열시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각종 괴담의 규명에 치중하려는 한나라당과 졸속 협상을 부각시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민주당의 동상이몽이 소모적 정쟁과 의미 없는 시간 낭비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여야가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한 것은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당연한 일이다.
그런 만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둘러싼 문제점과 의혹을 풀어 국민 통합과 경제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졸속 협상의 배경과 책임 소재는 물론 추가 협상을 통한 먹을 거리 안전 확보 문제, 위생검역의 실효성 및 원산지 표시제의 정착 여부, 축산농가 지원 대책이 핵심 쟁점이 돼야 한다.
왜 광우병 위험유발인자(SRM)가 있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 빗장을 열어 촛불바다를 만들었는지 따지고, 협정문 오역 등 갖가지 실수, 부처 간 의견 조율 미흡 등의 문제점을 파헤쳐 향후 통상협상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공중파 방송 등에서 확산된 광우병 괴담을 해소할 수 있는 과학적 분석과 토론도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단체는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추가협상으로 국민의 불안이 해소됐다고 보고 있어 입장 차이가 크다. 여야는 정부와 시민단체 간의 간극을 좁히고, 소통의 길을 뚫는 데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정조사가 이전투구식 정쟁으로 일관해 진정 기미를 보이는 촛불시위에 다시 기름을 끼얹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근거 없는 의혹을 부추겨 불안을 가중시키거나, 부실협상에 책임이 있는 정부를 비호만 하는 국정조사는 지양해야 한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 재발을 방지하는 실패 연구활동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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