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의 청와대와 전 정권의 봉하마을 사이에 ‘컴퓨터 자료’를 둘러싼 유치한 싸움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청와대의 자료를 ‘자의적 판단’에 따라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이 발단이었으며, 청와대가 이 때문에 업무에 직ㆍ간접적 애로를 겪고 있다. 그 중간에 전직 대통령의 자료열람 권리와 현 정부의 국가기록물보존 권한이 충돌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해 법률과 원칙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 그제 국가기록원측이 현장을 방문해 그 곳 지하실에 ‘원본과 시스템’이 옮겨져 있음을 확인했다. 노 전 대통령도 “절차 상 문제가 있었다”고 시인하고, 다만 ‘전직 대통령의 열람권’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불법행위 이후의 사정 설명이지, 합법적 행동임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은 국가기록물 관리법을 제정한 사람이며, 대통령 이전에 법률가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노 전 대통령이 ‘정부가 몇 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온라인 서비스를 받게 해 주면 자료와 시스템을 반환할 용의가 있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 최고 통치자였고,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이 큰 그의 양식을 의심케 한다. 불법이지만 내 이익에 필요한 것이므로 욕구를 만족시켜 주면 철회하겠다는 식의 억지나 떼쓰기가 아닐 수 없다. 전직 대통령을 모욕한다거나 정권 교체로 인한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을 우습게 만드는 말이다.
상황 파악이 미흡했고 대응이 어설펐던 청와대도 사태를 여기까지 몰아온 잘못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우리는 신ㆍ구 정권이 예의와 상식에 따른 해법을 찾아 덜 창피한 꼴을 보일 것을 촉구해왔다. 청와대와 봉하마을 사이에 검찰이 나서고, 고발 영장 압수수색 등으로 부산을 떤다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외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어떤 방식으로 협상을 하든 예의와 상식에 입각해 해법을 모색하되 노 전 대통령이 자료를 반납하는 게 옳다. 이것마저 “법대로 하라”고 시위할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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