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김호 감독(64)이 지난해 후반기 K리그를 강타했던 돌풍을 재현할 태세다.
김 감독이 이끄는 대전 시티즌은 13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14라운드 홈경기에서 개막 후 13경기 연속 무패 가도를 달려온 수원 삼성을 1-0으로 꺾고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원전 승리는 대전에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전은 이날 승리로 3승7무4패(승점 16)를 기록, 플레이오프 커트 라인인 6위 포항(6승2무6패ㆍ승점 20)과의 승점 차를 4점으로 좁혔다. 김 감독은 “올해보다 내년 시즌 이후에 초점을 맞춰 팀을 운영하겠다”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원전 승리로 플레이오프 사정권에 들어서는 데 성공했다.
올시즌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수원전 승리에 따른 선수들의 자신감 상승도 후반기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특히 용병 스트라이커 에릭이 79일간의 골 가뭄을 해갈하며 슬럼프 탈출을 알렸다는 점이 대전으로서는 더욱 반갑다. 지난달 부산에서 이적한 후 ‘조커’로 제 몫을 해내고 있는 한재웅은 에릭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무명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실속있는 경기 내용이다. 대전 선수들은 촘촘한 조직력으로 시종 수원을 압도했다. 전방위에서 강력한 압박을 가하며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고 빠른 패싱 플레이로 수원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 뒤 상대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 벌떼 공세로 결정타를 날렸다.
‘풍운아’ 고종수는 전성기 못지않은 움직임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위치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공격을 주도하는 ‘프리 롤’을 부여 받은 고종수는 미드필드와 양측면을 종횡무진 누비며 수원 수비진을 교란했다. 부상 재발 우려로 프리킥 키커로 나서지 않았던 고종수는 이날 세트 피스 전담 키커를 도맡아 체력적으로도 전성기 시절에 근접했음을 확인시켰다.
대전은 흔한 국가대표팀 선수 한 명이 없다. 빈약한 재정으로 지난해 공격을 이끌었던 데닐손과 슈바 등 ‘검증된 용병’과의 재계약에도 실패했다. 그러나 수원전에서 보여준 짜임새와 김 감독의 컴퓨터 용병술을 감안하면 ‘후반기 돌풍의 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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