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근혜 측을 포용하기 위해 대표가 된 뒤 탕평인사를 하겠다. 탕평인사는 화합을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결정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대표후보 때인 6월 3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세균이 대표가 되면 당을 투명하고 공명정대하게 운영할 것이기 때문에 계파 갈등 같은 것은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다.”(정세균 민주당 대표, 대표후보 시절인 6월 23일 방송인터뷰에서)
7ㆍ3전당대회와 7ㆍ6전당대회에서 각각 여야 대표에 오른 박 대표와 정 대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입을 모아 탕평인사를 얘기했다. 당내 정파통합용으로 이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여야 모두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툭하면 분당 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니 두 사람의 탕평인사론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중에 대표가 된 두 사람이 탕평인사의 측면에서 매우 다른 성적표를 냈다는 점이다.
먼저 인사에 손을 댄 것은 정 대표였다. 그는 8일 각 정파를 골고루 뽑는 탕평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이미경 박병석 의원을 각각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에 뽑았다. 이 총장과 박 의장은 모두 정파색이 옅으면서도 경륜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이다. 탕평인사로 정파 간 균형을 취하면서 동시에 중요한 일은 이들을 통해 투명하고 공평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들어 있는 인사였다. 앞으로의 성과는 미지수지만 일단 단순한 탕평인사보다도 더 나아 보인다.
박 대표도 15일 인사를 한다고 한다. 친이명박계 가운데 친이재오계인 안경률 의원을 사무총장에 등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사무총장에서 물러나는 권영세 의원이 친박에 가까운 중립 성향이었는데 이 자리에 친이인 안 의원이 들어오는 것이다. 결국 박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안 사무총장 등 당4역이 모두 친이 순수혈통으로 꾸려지게 됐다. 이 때문에 지명직 최고위원 한 자리와 사무1부총장에 친박을 기용하겠다는 얘기는 눈에 띄지도 않는다.
박 대표가 탕평인사를 말했을 때 ‘옳거니’ 손뼉을 쳤던 것은 당내 갈등의 심각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나마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려면 당4역 가운데 한 자리, 특히 가장 말석인 사무총장은 친박에 줄 것으로 여겼다.
한나라당은 대선후보 경선 이후 친이_친박 상쟁의 구도를 조금은 허물고 조화와 균형을 위해 나갔어야 했다. 하지만 대선 선대위 구성부터 대통령직 인수위 인선, 내각 인사까지 친이가 독식하고 친박은 한두 자리 끼워주는 데 그쳤다. 이는 공천까지 이어져 친박 탈당(최근 복당이 결정되기는 했지만)과 당 내분 격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친이 온건파인 박 대표가 당을 이끌게 된 이번이 이런 악순환을 끊을 좋은 기회였지만 놓쳐 버리고 마는 것 같다.
사실 이런 일이 계속되다 보면 친박이 다시 당을 뛰쳐나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친박이 똘똘 뭉쳐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주류에 저항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포용해야 하는 이유는 한나라당을 위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놓치는 것이 더욱 아쉽다.
정 대표와 박 대표의 무척 비교되는 인사를 보면서 머지않아 두 당의 명암이 엇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은호 정치부 차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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