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성폭력은 외부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됐다. ▦이미 수년 전부터 10대 성폭력이 발생했고 ▦갈수록 집단화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가해자 나이는 계속 어려지는 추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이에따라 청소년들의 성폭력을 막기 위해 엉성하기 짝이없는 학교 성교육에 대한 전면 재점검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4일 서울 종로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교직원노조 등 공동 주최로 열린 ‘10대 집단 성폭력 대책 논의를 위한 토론회’는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청소년 성폭력 실태와 처방을 함께 모색해 보는 자리였다.
조윤숙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4월 초등 3학년부터 중학생까지 11명의 남학생들이 초등 3~6년 여자 어린이들을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대구 A초등학교 집단 성폭력 사건을 다시 고발했다. 조 대표는 “(이같은) 초등생 대상의 집단 성폭행 사건은 최소한 몇 년 전부터 공공연히 발생하고 있다는 게 더욱 큰 문제”라며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대검찰청이 최근 내놓은 자료는 조 대표의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2004년 한해 적발된 청소년 성범죄자 765명 중 전과 2범 이상이 315명으로 전체의 40%가 훨씬 넘는다. 2명 이상이 집단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는 무려 65%였다. 청소년 성폭력 가해자 10명 중 7명 가량은 집단 성폭력 경험이 있다는 뜻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성폭력 범죄 중 12세 미만 어린이 가해자의 비율이 2001년 3%에서 2002년 상반기에는 5.1%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나이가 어린 초등학생들의 성폭력 가담이 1년 사이에 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성폭력 사건의 재범률이 높아지고, 집단화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폭력 예방을 위한 성교육부터 범행 발생 시 피해자 보호와 사법처리 등 모든 과정을 재검토해 대안을 수립할 때가 됐다는 주문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거의 모든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고 있지만 교내 방송이나 강당에 몰아넣는 엉터리 교육이 대부분”이라며 “정자와 난자가 만나 아이가 만들어진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교육으로는 졸음만 유발할 뿐이다”고 비판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다시 상처를 입고, 소송이 장기화 하면서 심신이 극도로 피폐해진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의 수사가 여전히 구태의연한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10대 성폭력 피해자 신고율은 10% 미만인데, 이는 경찰과 검찰의 잘못이 크기 때문”이라며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고, 동일한 조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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