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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의 현지조사 거부는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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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의 현지조사 거부는 적반하장

입력
2008.07.1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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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초병에 의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태가 걱정스러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북측은 그제 금강산사업 담당 기구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우리측의 현지조사 요구는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사고의 원인이 남측 관광객의 군사통제구역 침범인 만큼 책임이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우리는 정확한 현장 조사를 통해 반드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북측 담화에 근거하더라도 의문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북측은 사망한 관광객 박왕자씨의 피격 시간이 오전 4시50분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숙소인 비치호텔의 CCTV에 찍힌 박씨의 호텔 출발시간은 오전 4시30분이다. 20분 만에 사건이 벌어졌다는 얘긴데, 그 사이 박씨가 이동한 거리가 3㎞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치마를 입은 50대 여성이, 보행이 힘든 백사장 길 3㎞ 가량을 20분에 이동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엔 필시 북측이 과잉대응의 책임을 면하고자 사건상황을 유리하게 꾸미려는 곡절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이런 의혹들이 낱낱이 풀리지 않고서는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은 물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일도 어렵다. 북측은 초병의 발포 불가피성과 책임 전가에 급급할 게 아니라 남측의 현지조사 요구를 받아들여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 아무리 신새벽에 통제된 군사구역에 들어갔다고는 하나 치마 차림의 비무장 여성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행위를 남측 국민들이 전혀 납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북측은 알아야 한다.

사태가 원만하게 수습되지 못하면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물론, 개성관광이나 다른 남북경협과 교류에도 악영향을 피할 수가 없다. 남북 모두에 손해이자 남북관계 복원을 어렵게 하는 사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벌써부터 인터넷 등에서는 온갖 음모론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억측과 괴소문의 폐해는 광우병 사태에서 익히 경험한 바 있다.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형태로 현지 조사를 조속히 실시하는 것만이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남북관계의 경색을 푸는 길이다.

이번 사태는 남북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고 당국간 소통이 단절되어 있을 때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위기 관리가 더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남북 당국은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이 걸린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나아가, 귀중한 생명의 보호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위기관리 체제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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