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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벼랑 끝 한국경제] 2부 출구는 없나 <끝> 결산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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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벼랑 끝 한국경제] 2부 출구는 없나 <끝> 결산 좌담회

입력
2008.07.1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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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언제든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대 여건에 따라 위기의 성격은 다르고, 그래서 그에 대처하는 패러다임도 변해야 한다. 환란 당시 ‘금 모으기’ 같은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위기에 맞설 수 있는 기본기와 경제 체력을 갖추는 것이 해법이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본지 좌담에서 내놓은 제언이다. ‘벼랑 끝 한국경제’ 시리즈를 마치며 현 원장과 김 교수의 좌담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지금의 경제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짚어봤다. 좌담은 지난 10일 오후 한국일보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회 = 이종재 국차장 겸 경제부장

사회 =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현정택(이하 현) = 지금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첫째 세계경제 침체 및 고유가에서 오는 충격이며, 둘째 우리 경제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대외 악재의 충격은 상당히 크지만, 이보다 우리 경제의 밑바탕에 있는 위기 요인을 살펴봐야 합니다. 성장잠재력은 떨어지고 있고, 향후 잠재력에 대한 확신도 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김광두(이하 김) = 지금은 외환위기와는 다릅니다. 외환보유액에 여유가 있고,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건전합니다. 외환위기와 비교해 위기라고 하는 것은 지나칩니다만 위기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세계 경제가 전체적으로 어려울 때 우리가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짚어봐야 하지요. 우선 우리의 에너지 효율성은 매우 낮고, 경제의 탄력성과 유연성이 상실됐습니다. 특히 성장동력 상실로 미래에 대해 낙관할 수 없습니다. 이 상태가 그대로 가면 위기로 갈 수 있습니다.

사회 = 환란 당시와 유사한 점과 차이점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현 = 김 교수가 잘 지적했습니다. 당시 외환보유액은 39억달러였고, 지금은 2,500억달러가 넘습니다. 당시는 종금사들이 단기로 외화를 차입해 단기로 운용하는데 따른 미스매치가 문제였지만, 지금 늘어나는 외채는 환 헤지 등 금융기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분명히 외환위기 가능성은 당시와 차이가 있지요. 다만, 시스템 상으로는 환란 때에 비해 더 경계가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환란 이후 자본이동이 훨씬 활발해졌고, 세계화가 많이 진전됐습니다. 국제 신뢰도가 떨어지면 급속하게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시스템의 유연성과 업그레이드가 없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김 = 환란 당시에 비해 중국의 경쟁력이 매우 강해졌지요. 우리 산업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이전했습니다. 중국은 투자가 활발하지만 우리는 부진합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에너지가 계속 충전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비전을 설정하고 국민이 함께 뛰는 분위기가 없는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국제시장에서 중국에 입지를 빼앗길 가능성이 큽니다. 분명 지표상으로는 환란 당시보다 좋은 상태지만, 잘못 대응했을 때 짧은 시간에 더 빨리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잠재적 위기 가능성을 경계해야 합니다.

사회 = 지난 4개월간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평가해 주시지요.

김 =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문제는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입니다. 급격한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너무 목표지점을 높게 잡았습니다. 또 하나 잘못된 상황 판단이 환율 문제입니다.

국제유가 등에 대한 예측 잘못으로 성장을 강조함으로써 원화 가치를 떨어뜨려 물가 상승을 가져온 환율 정책은 매우 위험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정부 능력을 과신한 결과라고 봅니다.

현 = 정부가 내세운 시장 경제 원리는 상당히 바람직합니다. 대표적으로 출범 초기 정부기관을 축소한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 사안에서는 표방하는 방향과 상당히 다르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물가관리도 그렇고, 환율 문제도 그렇지요. 환율의 경우 양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장이나 정부가 인식을 해야 합니다.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이라면 모를까 방향이나 수준을 정해놓는 것은 안 됩니다.

김 = 지나치게 대기업과 친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처음에 보여준 모습이 ‘전경련 프렌들리’였지요. 우리 사회에서 중소기업이 고용 등에서 상당히 큰 역할을 담당하는데 의욕을 떨어뜨렸습니다.

가장 큰 실수는 미국산 쇠고기 개방 과정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겁니다. 정부의 능력, 신뢰성, 국민에 대한 민주적 절차 등을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정부가 어떤 일?하기 어려워졌지요. 가장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회 = 신뢰는 확고한 리더십을 바탕해야 합니다. 실추된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겠습니까.

현 = 기본은 원리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경제는 경기를 억지로 부양해서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성장잠재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52개 품목 물가관리나 금리 인하 요구, 고환율 정책 등은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관점의 경제 원리에 맞지 않습니다. 경제 뿐 아니라 정치, 사회 전반에서 원칙을 확립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합니다.

김 = 리더십 상실은 국정에 관한 철학 부족 때문입니다. 대통령 직을 걸 수 있는 철학이 필요한데, 아직도 사업가처럼 상황에 따라 비용과 이익을 계산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장경제를 주창한다면 물가를 관리하라는 얘기를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철학이 있는 사람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 가치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해 신뢰가 무너지지 않았나 봅니다.

사회 = 경제팀에 구시대적 스타일이 많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김 = 정부의 힘을 너무 믿는다는 느낌입니다. 상대적으로 개방이 되고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변했습니다. 시장의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곤란합니다.

사회 = 일자리 환경이나 기업 환경이 더욱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현 = 교육, 의료, 법률, 문화 등도 산업입니다. 산업으로 경쟁을 시켜야 합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의 장벽도 많이 풀어야 합니다. 대외 개방도 적극 확대해야 합니다. 무역과 자본의 흐름이 활발해졌는데 외국인 투자가 100억달러가 안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김 = 사실 기업들은 억울한 측면이 적지 않습니다. 곳곳에 굉장히 엄격한 규제들이 널려 있지요.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려면 규제도 글로벌 스탠더드여야 합니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이지요. 영세 사업자에 대한 구조조정 지원도 필요합니다. 중소기업 중 영세사업자가 80%, 종사자만 600만명에 달합니다.

일시적 전환 과정에서의 훈련이나 교육 등에 세제나 행정 지원 등의 각별한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와 경제의 뿌리가 되는 약자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사회 = 본격적인 어려움을 예상하시는데 정부 기업 가계 등 각 경제 주체별로 어찌 대응해야 하겠습니까.

현 = ‘금 모으기’ 운동이나 ‘할 수 있다 정신(Can Do Spirit)‘ 등은 장점도 있지만, 어려울 때 짜내는데 의지하는 단계는 지나갔습니다. 평상시 좀 더 고도로 정제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실례로, 3차 오일쇼크에 대비해 비상 대책을 하자는 식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마이너스 요인도 있습니다.

1, 2차 오일쇼크와 같은 방식으로 3차 쇼크에 대비하면, 몇 년 뒤 똑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고유가가 우리 경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태를 염두에 두고 근본적인 대응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승용차 홀짝제를 운용하기 보다는 중ㆍ대형차를 경차, 소형차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만약 어려우니까 전기요금을 올리지 말자는 식의 대책을 만들면, 석유난로를 팔아서 전기난로로 바꾸는 우스운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기본기를 쌓아야 하지요. 사회적 자본, 소프트 파워, 소프트 인프라 등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김 =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기회에 사람이 산에서 심신수련을 하듯 체력을 기르고 체질 개선을 해야 합니다. 물가와 성장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 경제의 암적 체질을 바꾸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언론도 상당한 책임이 있습니다. 자극적인 것만 좋아해서 극과 극의 표현을 넘나들며 숫자에 집착하고 있는데 언론 역시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해 자꾸 얘기하고 제시해줘야 합니다.

■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부교수 약력

▲ 1947년생 ▲ 서강대 ▲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박사

■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장 약력

▲ 1949년생 ▲ 서울대 ▲ 조지워싱턴대 경제학박사

정리 = 이영태기자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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