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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경제 한파 녹일 '키워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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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경제 한파 녹일 '키워드'가 없다

입력
2008.07.1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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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 신수종, 강소국론, 샌드위치론….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회장 재임시절 던졌던 ‘화두’들이다. 이 전 회장은 경제환경이 어려울 때는 위기극복의 메시지로, 혹은 정반대로 경영실적이 너무 좋아 긴장해이의 조짐이 엿보일 때는 경고의 메시지로, 간략하지만 의미심장한 압축적 키워드를 제시하곤 했다.

물론 이 전 회장은 삼성 임직원들에게 얘기했지만, 이들만이 청중은 아니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모든 기업들이 귀를 기울였고, 결국 재계 전체의 화두가 되곤 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요즘 “위기극복의 키워드가 없다”는 점을 자주 언급한다. 사상 유례없는 고유가행진 속에 환란이후 최대경제위기가 닥쳐오고 있음에도 불구,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지 도통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재계 인사는 “이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면 지금쯤 뭔가 한마디했을 것이고 이는 다른 기업에 좋은 참고서가 됐을 것”이라며 “법적 문제를 떠나 오로지 경영측면에서만 본다면 재계는 이 전 회장의 공백이 아쉽다”고 말했다.

■ 화두의 변천

이 전 회장의 ‘화두경영’은 ‘신경영’선언에서 출발한다. 이 전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계열사 수뇌부 200여명을 불러모아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라”고 촉구했다. 모든 것을 끊임없이 바꾸지 않는 한 영원히 2류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요즘식 표현으로 하면 ‘변화와 혁신’이 골자였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자동차 사업실패나 무리한 7-4제(7시출근-4시퇴근) 등 논란도 있었지만 어쨌든 신경영을 통해 남들보다 일찍 변화를 준비했던 덕분에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의 삼성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이 전 회장은 ‘강소국(强小國)론’ ‘S급 인재론’ ‘신수종(新樹種)론’ 등을 잇따라 제시했다. 이 전 회장은 핀란드 스웨덴 네덜란드 같은 ‘작지만 강한 나라’에는 한결같이 그 나라 경제를 먹여 살리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대기업이 있다는 점을 주목하며, 우리나라도 강소국이 되기 위해 삼성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최고실적을 내던 2002년 이 전 회장은 오히려 “지금 잘 나간다고 자만하지 마라. 5~10년 뒤 무엇으로 먹고 살 지를 생각하면 식은 땀이 난다”면서 미래의 삼성, 미래의 한국경제를 먹여 살릴 신수종 사업발굴을 지시했다.

이 전 회장은 또 “한명의 천재가 10만명 직원을 먹여 살린다” “나보다 월급을 더 받는 직원이 나와야 한다” “국적을 불문하고 S(슈퍼)급 인재를 확보하라”며 인재경영을 독려했다. 2006년엔 “과거엔 물건만 잘 만들면 1등이 됐지만 21세기에는 디자인, 연구개발, 마케팅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야 한다”며 독창성을 강조한 ‘창조경영’을 새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샌드위치’론이 단연 화제였다. 이 전 회장은 “우리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라며 삼성 임직원은 물론 재계 전체의 분발을 촉구했다.

■ 재계의 고민

고유가파장이 하반기부터는 기업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 그러나 재계는 아직까지 위기극복의 처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이나 대한상의 등 경제 단체들도 뾰족한 대응방안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경제상황이 어려울수록 삼성의 움직임을 주목했다. 누가 뭐래도 국내 선도기업이고 글로벌 톱클래스 기업인 만큼, 삼성이 어떻게 위기에 대응하느냐는 타 기업들에게 충분히 타산지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조차 이 전 회장 퇴진과 그룹경영해체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는 점.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1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 사장단으로 연결되는 삼각편대가 해체된 데다 금융과 유가불안, 해외시장 침체까지 겹쳐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라며 “외국기업들이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비롯한 경영전반에 대한 과감한 결단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어차피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희 회장이 했던 것처럼 뭔가 상징적인 키워드라도 하나 있다면 덜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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