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발생하자마자 번개같은 대응과 치밀한 분석으로 범인을 검거해야 한다. 물론 납치된 사람의 생명까지 구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경찰은 무조건 욕을 먹는다. 뒤늦게 범인이 잡히고, 사건 전말이 밝혀지면 더욱 그렇다. 그것을 가지고 경찰의 수사를 검증해 보면 늘 허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명백한 증거나 정황이 있었는데도 몰랐거나, 무시했거나, 잘못 판단했다. “정답 먼저 보고 문제 풀면 실수할 사람 누가 있나”라고 항의했다가는 오히려 욕만 먹는다. 경찰의 운명이다.
▦강화모녀 납치살해사건도 그렇다. 범인들을 잡고 보니 경찰이 2년 전 실종사건을 조금만 더 철저하게 수사했다면 하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06년 시흥에서 19세 여성이 실종됐고, 아버지가 “아들이 범인같다”고 제보했지만, 경찰은 실종자의 행적과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물증도 없다며 그 아들과 이번 사건에서도 공범인 고교동창 안씨를 풀어줬다. 그때 철저하게 수사해 그 아들이 살해범임을 밝혀냈다면 추가 범죄를 막을 수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안양초등생 우예슬 양 납치살해사건의 범인 역시 경찰이 두 번이나 풀어준 게 우연이 아닌 모양이다.
▦여성 납치범이 노리는 것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돈, 또 하나는 성폭행. 이번 강화모녀 납치살해사건은 비록 피해자가 여성들이긴 하지만 은행에서 거액을 인출했다는 점에서 2월에 발생했던 전 프로야구 선수의 네 모녀 납치 살해사건이 말해주듯, 처음부터 돈을 목적으로 한 범죄일 가능성이 컸다. 범인 역시 ‘가까운 사람이나 이웃’ 이라고 최근 일어난 사건들이 가르쳐 주고 있었다. 강화에 사는 윤씨가 거액의 남편 사망보험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엉뚱한 곳에 사는 사람이 알 리 없다. 더구나 범인 중 허씨는 돈을 위해 이복여동생을 죽였다는 의심을 받았던 인물 아닌가.
▦은행직원들도, 서울 시내 한복판이라면 몰라도, 시골(강화)에서 현금으로 1억원이나 되는 큰 돈을 찾는다면 그 인출자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쓸 수 없었을까. 당사자는 가족의 목숨이 달렸으니 내색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간접 대화나 은밀한 필담을 통해 상황을 알 수 없었을까. 어떤 시스템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곧바로 범인을 잡을 수도 있다. 적어도 중요한 증거와 단서만이라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돈도 잃고, 목숨도 잃는다는 납치사건의 또 하나의 법칙을 안다면 당사자들 역시 그런 모험과 용기는 필요하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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