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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경제성장률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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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경제성장률이 뭐죠?

입력
2008.07.14 01:18
0 0

Q.

올들어 부쩍 ‘경기가 안좋다’거나 ‘불황이다’는 보도가 자주 나오는데 그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졌다”는 근거가 제시되곤 합니다. 얼마 전 정부와 한국은행이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을 때도 ‘경제성장률 전망이 당초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점이 크게 부각된 바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도대체 뭐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경제성장률이란 말 그대로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는 정도를 비율로 나타낸 수치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것은 경제규모가 그만큼 빠른 속도로 커진다는 것을 말하고 이는 소득이나 소비가 빠르게 늘어 국민들이 그만큼 더 잘 살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나라의 경제규모는 보통 국내총생산(GDP)으로 대표됩니다. 그래서 GDP 성장률을 곧 경제성장률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 국내총생산은 뭐죠?

GDP(gross domestic product)는 한 나라 안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 동안 생산한 재화 및 서비스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여 합산한 것입니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생산이 이루어졌는지를 알려면 GDP 통계를 보면 되는 거죠.

다만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아서 수출입 가격의 변동에 따라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GDP성장률과 더불어 국민총소득(GNI)성장률(풀어읽는 키워드 참조)도 널리 이용되고 있답니다.

■ 같은 해의 GDP도 종종 숫자가 다르던데요.

GDP는 생산한 가치를 어느 해 가격으로 산정하느냐에 따라 명목GDP와 실질GDP로 구분됩니다. 똑 같은 제품이라도 물가가 오르거나 내리면 매년 가격이 조금씩 달라지는 건 아시죠? 명목GDP는 생산액을 그 해의 시장가격으로 평가합니다. 2008년 명목GDP라면 2008년 가격을 적용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생산량이 변하지 않아도 2007년보다 가격이 오르면 올해 GDP는 증가하게 되죠. 만약 명목GDP가 전적으로 물가 상승 때문에 증가했다면 GDP는 늘어났어도 국민들이 쓸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는 그대로인 셈입니다.

반면 실질GDP는 기준이 되는 해를 정하고 매년 생산량에 기준년도의 시장가격을 곱해서 계산합니다. 최근까지 발표된 GDP 수치들은 모두 2000년 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들입니다. 가격이 일정하니 GDP 결과에는 생산량 변동만 반영되는 셈이지다. 당연히 명목GDP보다 실제적인 경제규모와 국민들의 복지 수준 변화를 더 잘 나타내겠죠. 그래서 경제성장률은 실질GDP의 증감률로 나타냅니다.

편의상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자동차만 생산하는 국가가 있다고 칩시다. 이 나라는 2000년 한 해 동안 100만대 자동차를 생산했고 시장에서 1대에 2,000만원에 거래되었다면 이 나라의 2000년 명목GDP는 20조원(=2,000만원×100만대)입니다. 이듬해인 2001년 생산량은 똑같은데 가격만 4,000만원으로 2배 올랐다면 2001년 가격으로 평가되는 명목GDP는 40조원으로 2배가 되겠죠. 하지만 생산량은 동일하기 때문에 실질GDP는 두 해 모두 20조원이 됩니다. 차이를 아시겠죠?

■ 전기대비는 뭐고, 전년동기대비는 뭐죠.

우리나라 경제가 올 1분기 전년동기대비 5.8%, 전기대비 0.8% 성장했다는 기사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여기서 전년동기대비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것이고, 전기대비는 ‘직전 기간과 비교한’의 의미죠. 올 1분기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그러니까 1년 전 같은 기간인 2007년 1분기에 비해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전기대비 성장률은 바로 직전 분기, 즉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얼마나 확대되었는지를 의미합니다.

왜 두 가지 개념을 구분해서 보는 걸까요? 전년동기대비는 1년 전과 비교한 것인 만큼 지난 1년 동안 평균적으로 성장률이 높았다면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올 1분기에 전기비로는 성장률이 둔화(1.6→0.8%) 됐지만 전년동기비로는 높은 성장세를 지속(5.7→5.8%)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결국 전년동기비는 경기의 흐름을 잘 드러내지만 전기비에 비해 경기전환점에 대한 신호가 늦기 때문에 경기를 판단할 때는 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 어느 정도면 경제성장률이 괜찮은 거죠

우리나라는 1970~80년대 10%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평균 4~5%대로 떨어졌습니다. 숫자는 분명 낮아졌지만 그렇다고 낮은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답은 잠재성장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잠재성장률이란 ▦노동과 자본 등의 생산요소를 최대한 써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 또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으로 갈수록 노동, 자본의 투입량이 정체되면서 잠재성장률은 낮팁側?되는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역시 1990년대 7%대에서 현재는 4% 중후반으로 내려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제가 잠재성장률 정도의 성장세를 보인다면 경기가 나쁘지 않다고 말 할 수 있고 그 이상이면 좋다, 이하면 나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성장률 전망은 왜 기관마다 다르죠.

보통 경제전망 작업은 먼저 유가, 환율 및 세계 경제성장률 등 주요 전제들을 가정하고 계량모델과 담당자들의 견해를 반영해 전망 수치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관마다 주요 전제에 대한 전망이 다르면 결과도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가령, 어떤 기관은 올 하반기 유가가 세계경기 둔화를 근거로 하향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다른 기관은 공급차질 및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이유로 상반기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유가 같은 주요 전제 수치가 달라지면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전망 결과 또한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 풀어 읽는 키워드

◆GNI성장률

GDP에 교역조건 변화따른 무역 손익 반영한 것

GDP는 말 그대로 '국내'총생산입니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은 다른 나라와의 거래에서 적용되는 수출ㆍ수입 가격의 변화, 즉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 및 소비를 위해 사용하는 원유를 전량 수입해야 하므로 유가가 급등하면 수입단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게 됩니다. 반면, 유가급등으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 수출기업들은 해외시장에 판매하는 수출가격을 올릴 수 없게 됩니다. 이처럼 수입단가가 수출단가에 비해 더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을 교역조건 악화라고 합니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동일한 양의 수출로 수입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어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질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 손익을 반영한 것을 실질국민총소득(실질GNI)라고 합니다. 올 1분기 GDP성장률이 5.8%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실질GNI가 1.3% 밖에 성장하지 못한 것도 유가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가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김민수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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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각국의 성장률은

다른 나라들의 경제성장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국제통화기금(IMF)의 통계를 보면, 최근 몇 년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단연, 이웃나라 중국입니다. 막대한 자원과 인구, 넓은 영토를 바탕으로 2000년대 들어 고성장을 거듭, 지난해까지 무려 5년 연속 10%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70년대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죠.

다음으로는 인도의 성장률이 높습니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9% 넘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죠. 자원과 인구, 영토 규모가 크고 고성장을 지속중인 것이 중국과 비슷합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 인도에 브라질, 러시아를 묶어 향후 높은 경제성장률로 세계 경제를 주도할 나라들로 꼽으며 각각 나라들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브릭스(BRICs)’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물론 지난해 아제르바이잔(23.4%), 부탄(22.4%)처럼 이들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나라들도 있습니다만 경제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은 넘어야 비교할 대상이 되겠죠?

흔히 선진국이라 일컫는 미국, 일본, 유럽 나라들은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경제가 선진화되면 성장률도 하향 안정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지난해 미국(2.2%), 일본(2.1%), 독일(2.5%), 프랑스(1.9%) 등의 성장률에서 보듯, 이들 나라들은 대개 1~2%대 성장세를 줄곧 유지 중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선진국의 성장률이 더 높아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국경제는 커질 만큼 커졌기 때문에 2~3% 성장하면 정상적이지만,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 등은 개발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두자릿수 성장도 가능한 것입니다. 사람도 어릴 적엔 키나 체중이 부쩍부쩍 늘지만, 청소년기가 지나면 거의 제자리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성장률은 5.0%. 신흥성장국과 선진국의 중간 정도 수준이죠. 종종 언론에서 성장률만으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고 그것으로 성적표를 매기기도 하는데요. 경제규모나 수준을 무시한 채 성장률을 수평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지난해 세계 각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4.9%였습니다. 올 들어 세계적인 경기 둔화가 예상되면서 올해 성장률은 3.7%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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