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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경제전망대] 외환시장 주목… 매도개입한 당국 심사숙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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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경제전망대] 외환시장 주목… 매도개입한 당국 심사숙고를

입력
2008.07.1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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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 전 외환당국의 고위 책임자였던 한 인사는 훗날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모니터를 통해 시시각각 치솟는 환율을 보고 있자면 일종의 전투심이 생깁니다. 시장 (투기)세력들에게 확실히 본 떼를 보여주고 싶은 충동이 막 끓어오르지요. 한 10억달러, 아니 5억달러만 쏟아 부으면 환율을 확 잡을 수 있을 것도 같고…하지만 외환 당국자들은 이 감정을 눌러야 합니다. 시장에 들어가려면 정말 열번 스무번도 더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외환위기 때는 실제로 그랬다. 갖고 있는 실탄(외환보유액)은 고작 300억달러 남짓인데, 가수요를 잡겠다고 연일 시장에 집중 포화(달러매도개입)를 가했다. 결과는 당국의 KO패. 환율은 잡지도 못한 채 보유외환은 바닥이 났고, 결국 IMF에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지난 주 외환당국은 수십억달러의 매도개입을 단행했다. 물가안정의 대명분 아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똘똘 뭉친 근래에 보기 드문 연합 작전이었다. 결과는 일단 성공적. 1,050원이 넘던 원ㆍ달러환율은 순식간에 1,000원 안팎까지 추락했다.

금주에도 금융시장의 시선은 온통 외환시장에 쏠려 있다. 초대형 개입 이후 공은 일단 시장으로 넘어간 상황. 혼쭐났던 시장이 당분간 숨 죽이며 눈치보기에 들어갈 지, 아니면 충격을 추스르고 반격을 시작할지 사태전개 양상이 사뭇 흥미롭기만 하다. 굳이 전문가들의 관측을 빌자면, “시장이 낮은 포복자세로 천천히 한걸음씩 전진(환율상승)하는 형세”가 유력하다.

이쯤에서 외환당국은 10년 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만약 300억달러에서 2,500억달러로 불어난 외환보유액만 눈에 들어온다면 큰 문제다. 혹시 마음속에 ‘투기세력에게 쓴 맛을 보여주겠다’는 투쟁심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이 싸움만큼은 필승’이란 자신감이 넘쳐 나는 것은 아닌지, 환율 모니터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백번이라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성철 경제부 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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