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끝난 6자회담에서는 북핵 검증 원칙을 마련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또 북한 영변 핵 시설 불능화와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 시간표를 확인한 것도 성과다. 하지만 검증 원칙과 시간표만 있지 세부 내용은 빠져 있어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 같은 합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과-6자회담이 9개월 만에 열린 것 자체가 성과다. 지난해 10ㆍ3합의에서 북핵 불능화 2단계 조치의 로드맵에 합의하고도 지지부진한 상태였던 6자회담 틀이 다시 굴러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4월 북미 싱가포르 합의, 6월 북한 핵 신고서 제출 및 미국의 테러지원국 제재 명단에서 북한 삭제 조치,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등 일련의 북핵 해결 국면이 이번 6자회담 종료로 한 단계 속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북핵 검증과 관련, 그동안 미국이 주도했던 불능화 조치에 한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이 거부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참여도 ‘자문과 지원 제공’ 선에서 문은 열어놓을 수 있게 됐다.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 반대 급부로 요구해 다른 참가국들이 제공키로 했던 중유 100만톤 상당의 에너지ㆍ경제 지원도 재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현재까지 중유로 환산해 48만7,000톤 정도의 지원이 이뤄졌고, 10월 말까지 이를 마치기로 정리한 것도 성과라 할 수 있다.
또 북한의 미래 핵 개발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검증 시스템 구축의 원칙을 정리한 것도 앞으로의 6자회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계-회담 전부터 한국 미국 등은 지난달 26일 북한이 제출한 핵 신고서에 대한 평가를 이번 회담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로 꼽아 왔다.
그러나 합의문에는 핵 신고 평가 이야기가 한 줄도 없다. 사흘 간의 회담 일정 내내 이 부분에 대한 격론이 이어져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검증 조치도 시설 방문, 문서 검토, 기술인력 인터뷰 등으로 정리하기는 했지만 미국이 요구했던 제한 없는 북한 핵 시설 접근권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는 점이 한계다.
일본이 북일 양자 간 현안인 납치 문제를 들어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에 여전히 불참하는 것도 문제다. 나머지 4개국이 일단 일본 몫을 떠안는 식으로 북한을 달랬지만 양자 현안을 6자회담 틀로 끌고 들어오는 일본의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북핵 감시 체제에서는 북한과 시리아 사이 핵 협력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비확산 검증’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그러나 미국이 주장해 온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핵 개발 문제는 합의문에 담지 못했다.
또 검증 체제 문제에서 북한이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9ㆍ19공동성명 문구를 차용, 향후 북한이 한국도 핵 사찰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단초를 남겼다. 6자 외교장관 회의나 동북아시아 평화 안보체제 구축, 3단계 핵폐기 문제에 대해서는 두루뭉수리한 언급만 남긴 것도 아쉽다.
관건은 8월 11일까지 북핵 검증계획서를 마련하고 검증에 돌입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제재 명단에서 빠지는 45일 시한이 8월 11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어느 핵 시설을, 어떤 수준에서, 어떤 방식으로 검증할 것인지 정리하는 과정에서 계속 줄다리기만 거듭한다면 미국 부시 행정부의 레임덕과 맞물려 북핵 문제 해결이 2009년 이후로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 6자회담 주요 합의 사항
- 북핵 검증 체제는 6개국 전문가로 구성하고 비핵화 실무그룹에서 방안 논의
- 검증 조치는 시설 방문, 문서 검토, 기술인력 인터뷰 및 6자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기타 조치로 정리
- 필요 시 검증에 IAEA 자문과 지원 제공
- 북핵 감시 체제 구성해 비확산 및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 공약 준수 여부 확인
- 한국 중국은 8월 말, 미국 러시아는 10월 말까지 중유 및 경제 지원 잔여분 공급. 북한은 10월 말까지 영변 핵시설 불능화 완료.
- 동북아 평화ㆍ안보체제 지도원칙 계속 논의
- 적절한 시기에 베이징에서 6자 외교장관 회의 개최
- 3단계 핵폐기 조치에 대해 초보적 의견 교환했음을 확인
베이징=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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