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민은 성인이 되면 곧바로 은행 등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하는 게 보통이다. 신용이나 담보가 부족해도 주택 매입 자금의 80~90%를 대출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위험해 보이는 이런 대출을 미 금융기관들이 선선히 해주는 이유는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라는 국책 주택 보증업체가 있기 때문. 두 보증 업체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개인 주택 대출자에게 제공한 대출을 매입해준다. 이때 넘겨받은 개인 주택 대출자의 주택을 담보로 주택대출담보증권(MBS)을 발행, 증권시장에 유통시킴으로써 미국 금융 산업에 혈맥과도 같은 역할을 해왔다.
미국의 양대 국책 주택 보증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경영난에 봉착, 미 금융 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12일 일제히 보도했다.
패니메이가 5월 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올해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세전 손실이 51억달러(약 5조 1,000억원)로 지난 한해동안의 세전 손실 43조 8,000억달러를 이미 초과했다. 손실이 급증한 이유는 보유중인 MBS를 비롯한 파생상품의 평가손실이 30억 달러에 달하기 때문. MBS의 기초 자산이 되는 개인 주택 대출자의 주택 가격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여파로 급락하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의 주택 대출 관련 채무 불이행도 급증하고 있다. 패니메이는 4월에 연체가 90일을 넘긴 대출 비율이 1.22%로 전년 보다 96.8%나 급증했다. 프레디맥도 이 비율이 0.81%로 전년 대비 30.6% 증가했다.
미국 주택 담보 대출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5조 달러를 책임지고 있는 두 업체가 영업 중단 등 극단적인 상황을 맞을 경우 미 주택 시장의 붕괴는 물론, 금융시장 전반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 것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이다. 이런 우려가 반영돼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주가는 11일 현재 각각 10.25달러, 7.75달러로 17년 이래 최저가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저축대부업체인 인디맥뱅코프가 11일 미 금융 당국으로부터 영업중단 조치를 받아 공포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인디맥뱅코프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는 3,800명을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고객의 대규모 예금 인출 요청이 쏟아지면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렸다.
미 정부는 두 업체의 국유화나 매각보다는 현재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11일 “두 업체를 국유화하거나 매각할 경우 주식이 소각되는 등 주주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를 인용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미국 주택 시장에서 대출 보증을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였다”며 “두 업체의 위기는 미국의 주택 시장이 제 자리를 찾기까지의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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