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소설가, 아동문학가인 김진경(55)씨가 두 번째 장편소설 <굿바이 미스터 하필> (문학동네 발행)을 펴냈다. 첫 장편 <이리> (1998)를 출간한 지 10년 만이다. 그동안 김씨는 창작열의 많은 부분을 동화에 쏟아왔다. 이리> 굿바이>
작년말엔 ‘한국판 해리포터’라는 찬사를 얻은 판타지 동화 <고양이 학교> 를 3부 11권으로 완간했고, 지난달엔 ‘잃어버린 것들의 도시’라고 이름 붙인 판타지 연작 동화의 첫 작품 <길자씨가 진짜 엄마?> 를 내놨다. 길자씨가> 고양이>
새 장편 주인공은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다. 빚 때문에 가족들과 뿔뿔이 헤어져 혼자 T시에 남은 ‘나’. 명문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윤택한 집안 출신 급우들과 성적을 최우선시하는 분위기에 위화감을 느낀다. 빚쟁이는 하루가 멀다고 찾아오고, 교장은 수업료를 안낸다며 모욕을 준다. 이런 사면초가에 ‘나’는 그만 실어증에 빠진다.
숲 속 너럭바위가 잠시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은신처가 돼준다. 하지만 설상가상, 오랜만에 찾아간 바위엔 구더기와 악취가 끓는 자살한 시체가 누워있다. 남의 속도 모르고 하필 지금, 이곳을 차지한 시체에게 ‘나’는 ‘미스터 하필’이란 이름을 붙여준다. 그러자 그가 말 잃은 ‘나’에게 말을 붙이기 시작한다.
‘미스터 하필’은 노련한 정신과 상담의처럼 질문을 던지며 ‘나’의 의식 깊숙한 곳 기억까지 들춘다. 자기 내면을 응시하고 고백하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을 그리면서 작품은 성장소설의 요건을 갖춘다.
특히 ‘나’가 닮은꼴의 이성(異性)들에게 품는 호감이 죽은 친척 누이를 향한 근친애적 욕망과 맞닿아 있음이 드러나는 과정은 탄탄한 플롯의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감흥을 선사한다. 실어증에서 회복된 주인공이 이승을 떠도는 원혼인 자신의 조력자를 해원하는 결말부는 자아를 넘어 관계를 도모하는 동양적 인간관을 문학적으로 구현한다.
1966년 (대전을 암시하는) T시로 시공간을 특정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풍속소설 혹은 (비판적) 사회소설로도 읽힌다. 대못을 기차 바퀴에 눌리게 해서 ‘손칼’을 만들고 누가 더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기차를 피하나를 내기한 아이들의 놀이문화를 비롯, 작가는 당시 풍속 여럿을 세밀하고도 정겹게 묘사하고 있다.
반면 교육 현장의 풍속도는 그로테스크하다. 교사가 교내에서 버젓이 돈 받고 과외하고, 명문교에서 뒷돈 받아 입학생을 들이고, 학생 인격은 아랑곳않고 모욕적 체벌이 횡행하는 모습이 ‘나’의 체험을 통해 폭로된다.
덧붙여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소설이기도 하다. 소설 속 주요 설정은 김씨가 여러 매체를 통해 밝혔던 개인적 체험에서 비롯하고 있다. 현재 그는 청소년들이 겪는 교육 현실을 소재로 장편을 집필 중이다. 이 작품은 10월쯤 출간될 예정이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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