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강경 대응하면서 금강산 관광을 포함한 남북 간 교류협력사업 등 남북 관계 전반의 위축과 경색이 우려된다.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 도중 우리 국민의 인명 손실이 발생한 데 대해 정확한 진상규명조치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북측에 촉구하고 있지만 북측은 12일 명승지종합개발 지도국 대변인 명의로 “사고의 책임은 남측에 있고 사과해야 한다”면서 책임을 우리 측에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한 당국 간 협의와 한국 측의 진상조사 요구를 거부하는 북측의 고압적 자세는 3월말 이상희 합참의장의 핵 기지 타격 발언에 대해 남북 간 접촉ㆍ대화 중단을 선언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 관계 전반이든, 인도적 문제이든 어떠한 당국 간 접촉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적절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 납득할 만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신체불가침 등 금강산 관광객에 대한 신변안전을 보장한 남북 당국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무장군인이 비무장 민간인을 등 뒤에서 사살한 야만 행위로 굳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더욱이 현대아산 측의 금강산 관광사업 파트너인 북측의 명승지종합개발 지도국이 현대측 에 밝힌 사건 경위는 논리적 모순이 적지 않아 우발적 사건으로 돌리기에는 발포 경위에 대한 의혹이 적지 않다. 우리 국민의 대북감정은 악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사건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은 만큼 ‘있을 수 없는 일’이 왜 일어나게 됐는지에 대한 합리적 해답과 책임소재, 향후 안전보장 대책이 찾아지기 전에는 금강산 관광사업의 장기중단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13일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엄정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남북 관계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며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또한 이 같은 남북 관계의 위축은 민간 부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북측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접촉을 거부한 것은 지금까지의 전례로 비추어서도 명분이 궁색하다. 최근 6자회담 틀 내에서 남북 측 수석대표 회담이 이뤄지고 있고, 남측이 의장인 6자회담 경제ㆍ에너지 지원 회의에 북측 당국이 참여해 온 사실을 감안하면 북측도 이번 사건에 대해 당국 간 책임 있는 접촉을 하고 이를 통해 해법을 찾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측이 계속 당국 간 접촉을 거부하고 진상규명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우발적 사건보다는 의도적 과잉대응과 남북 관계 긴장조성 쪽에 의혹의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게 된다.
북측은 당국 간 접촉을 피하기 위해 13일 현대아산 측과 이번 사건에 대한 협의를 했지만 민간기업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질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해법을 찾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우리 정부도 그 해법을 수용하기도 어렵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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