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지주회사의 꿈이 이뤄질까, 아니면 동국제강의 품에 안기게 될까.
쌍용건설 출자전환주식 공동매각협의회 주관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는 11일 우선협상대상자로 동국제강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채권단 매각 지분의 절반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우선매수청구권)를 행사키로 결정함에 따라 종업원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사주조합과 동국제강과의 치열한 인수 경쟁이 예상된다.
동국제강도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맞서 공개 매수를 해서라도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지분확보 결과에 따라 쌍용건설 인수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의 경영권 확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캠코 등 채권단이 이번에 매각하는 지분 50.07% 가운데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24.72%. 우리사주조합이 이 지분 전부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종업원 지분(18.21%)과 쌍용양회 등 우호지분(7.84%)을 포함해 총 50.77%를 확보하게 된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 이원혁 조합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는 당초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며, 국민연금 등 탄탄한 재무적 투자자들을 통해 이미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조합 측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채권단에게서 사들여야 하는 최소 지분은 15%이다. 우리사주조합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최대 주주가 되면 쌍용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종업원지주회사가 된다. 종업원들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지만, 사주조합 측은 옛 오너이자 현재 최고경영자(CEO)로 한발 물러나 있는 김석준 회장에게 경영권을 위임할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긴 했지만, 쌍용건설 인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우리사주조합이 24.72%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모두 행사할 경우 동국제강 컨소시엄이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은 25.3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증시 유통 물량과 기관 보유분 등을 공개 매수해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매력적인 가격 조건에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기존 우리사주조합 지분도 일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쌍용건설의 특수성을 최대한 존중해 독립 자율경영을 보장하고 고용 승계도 약속할 것”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쌍용건설과 동국제강이 전략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은 이날 입장표명 자료를 통해 “지난해 쌍용건설이 동국제강으로부터 구입한 철강재 구입 비용은 30억원으로, 동국제강 매출액의 0.08%에 지나지 않을 만큼 미미하다”며 시너지 확보차원이라는 동국제강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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