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일본인 도다 히로시는 쇼트트랙 선교사였다. 세계 최강이었던 일본에서 온 도다가 입을 열 때마다 한국 지도자는 귀를 쫑긋 세웠다. 당시 한국 대표팀 코치는 훗날 세계 최고의 지도자가 된 전명규 대한빙상연맹 전무였다. 전명규 전무 등은 스케이팅 기술과 전술을 끊임없이 개발해 한국을 쇼트트랙 최강국으로 만들었다.
쇼트트랙 교수법을 한국에 전파한 일본은 이듬해인 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딸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한국은 쇼트트랙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92년 알베르빌올림픽 이후 금메달만 17개를 따냈다. 한국이 중국, 캐나다, 미국과 경쟁하면서 세계 무대를 평정할 때 일본 쇼트트랙은 몰락했다.
일본빙상연맹은 지난해 전명규 교수를 일본으로 초청해 코치 강습회를 열었다. 한국에 교수법을 수출한 지 20년 만에 교수법을 역수입한 셈. 강습회로는 부족했는지 일본연맹은 7월 1일자로 한국 대표팀 김선태(32) 코치에게 일본 대표팀을 맡겼다. 일본 쇼트트랙 대표팀을 외국인이 맡은 건 김선태 코치가 처음이다.
김선태 코치는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중국 여자 국가대표 조양 등을 발굴했다. 지난해부터 한국인 지도자를 영입할 계획이었던 일본은 한국인 지도자를 통해 일본 쇼트트랙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전명규 전무는 “일본이 외국인 지도자를 발탁했다는 건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버렸다는 걸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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