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평 지음ㆍ이한수 옮김/살림 발행ㆍ348쪽ㆍ1만5,000원
문일평(1888~1939). 식민지 시기 우리민족 정신의 결정체를 ‘조선심’이라고 명명했던 민족주의 사학자요 언론인이다. 그는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대중매체에 100여편이 넘는 역사소설, 역사에세이들을 발표한 것으로 유명한데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역사대중화’라는 관점에서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가 조선일보 고문으로 재직하던 1934년 1년간 쓴 한문 일기인 <문일평, 1934년> 은 그의 이런 면모를 잘 보여준다. 그가 역사에세이를 주로 발표했던 장은 ‘사외이문’(史外異文)이나 ‘화하만필’(花下漫筆) 같은 신문의 고정칼럼. 이 일기에는 칼럼의 글감이 되는 자료를 얻기위해 종횡무진 대학도서관을 누빈 그의 분투가 생생하게 그려져있다. 문일평,>
연개소문 아들 천남생의 묘지(墓誌)에서부터 <열하일기> <일성록> 같은 사료는 물론이고 위안스카이의 수적(手蹟), 미국 외교관 오언 데니가 쓴 <청한론> 까지 조선의 역사와 문화와 관련된 자료로 그의 관심이 미치지 않은 것은 드물 정도다. 청한론> 일성록> 열하일기>
책상보, 구두 한 켤레, 양복 한 벌의 가격까지 빠짐없이 기록해놓은 점, 홍명희, 이광수, 정인보, 윤치호, 안재홍 등 당대를 대표하는 지식인들과의 폭넓은 교유관계를 남겨놓았다는 점에서 식민지시기를 연구하는 사료로서의 가치도 작지않다. 자신이 쓴 사설을 주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통음을 했다는 에피소드랄지, 기강해이로 신문에 오자가 늘어나 걱정이라는 고백 등은 80여년이 지난 후배 언론인들에게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하는 대목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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