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처음 국제 체육행사에 공동 입장한 것은 2000년 9월 시드니 올림픽 때였다. 유니폼을 통일한 남북 선수단이 아리랑 반주에 맞춰 하늘색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자 12만 관중은 기립박수로 하나된 ‘코리아’에 환호를 보냈다. 선수와 임원, 현지 교민들은 물론 TV 중계를 지켜본 국민들에게도 가슴 뭉클한 감동의 순간이었다.
지구 상 마지막 분단국가로 남은 남북이 전세계를 향해 통일의 열망과 의지를 과시한 이 이벤트는 그보다 3개월 전의 1차 남북정상회담이 촉진한 화해와 교류 확대의 결실이기도 했다.
▦ 그 이후 남ㆍ북한은 지난해 1월 중국 창춘에서 열린 동계아시안 게임까지 아홉 차례나 공동 입장을 성사시키며 화해와 평화통일의 꿈을 키워왔다. 물론 그 사이 위기도 없지 않았다. 2006년 12월 도하 아시안 게임 공동입장이 무산될 뻔했던 것도 그 하나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과 핵 실험을 강행해 빚어진 위기였다. 이를 제재하기 위해 유엔안보리 차원의 결의가 채택된 상태에서 공동입장은 대북제재 국제공조를 해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고심 끝에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제의를 수용해 가까스로 공동 입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 국제행사에서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은 국가정체성 훼손이자 국기 문란이라고 못마땅해 하는 견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국제법 상 별개 나라로 취급되는 남북이 본래 하나이며 통일을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는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유사시 북한 지역에 대한 관할권과 주권 행사가 국제사회에서 문제시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우리민족끼리’라는 북측의 구호에 강한 거부감을 갖기에 앞서 냉정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 베이징 올림픽 개막이 한 달도 안 남았는데 남북 공동입장 성사 여부가 안개에 싸여 있다. 북측이 이명박 정부의 ‘반민족 행태’를 문제 삼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6ㆍ15와 10ㆍ4 선언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이명박 정부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북측이 10ㆍ4선언 합의사항 중의 하나인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공동입장을 거부하는 것도 모순이다. 하지만 지금 서로의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다. 과거 남북관계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남북 체육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열었듯이 이번에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공동입장을 성사시켜 남북경색을 풀어야 한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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