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승 하
할아버지 강가에 나와 앉아 있으면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저기 저 밤섬에서
뚝딱뚝딱 배 만드는 소리
철새들 떼 지어 날아와 밤잠 못 이루게 지저귀는 소리
마씨, 인씨, 석씨, 선씨 들 사당에 제 지내는 소리
할아버지 온종일 강가에 앉아
혼자 웃고 혼자 운다 혼자 말한다
한강에 배가 들어오던 시절도 있었지
밤섬은 마포구 서강동 15통이야
알어? 니들이 밤섬 폭파시키던 날 그 소릴 알어?
소리는 이제 찻소리와 비행기 소리뿐
할아버지 귀먹어 그 소리도 못 듣는다
퇴적된 모래의 무게를 등에 지고
사람들 출근할 때 강가로 가서 퇴근할 때 돌아온다
한강은 흘러간다 언제나 소리 없이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뼈아픈 별을 찾아서> <인간의 마음에 밤이 온다> <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 등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서라벌문학상 신인상, 지훈문학상 등 수상 취하면> 인간의> 뼈아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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