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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시계는 10년 전/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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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시계는 10년 전/ 팍팍해진 서민들의 삶

입력
2008.07.1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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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입사 8년차의 초년 과장 A(32ㆍ서울 잠실동)씨는 취업난으로 고생했던 외환위기보다 요즘이 더 우울하다. 아파트 구입을 위해 받은 대출 이자는 또 오를 기세고, 월급을 쪼개 부어온 적립식 펀드는 본전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비싼 기름값에 출퇴근을 대중교통수단으로 바꿨지만, 지갑의 두께는 얇아지기만 한다."금리가 어떻게 될지, 물가가 어디까지 오를지 예측을 할 수 없으니, 당장도 어렵지만 앞날을 계획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10년전 외환위기 당시 우리 사회는 패닉 상태였다. '사오정' '오륙도' '이태백' '구조조정' '살생부'와 같은 살벌한 신조어가 난무하며 하루아침에 직장인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엄청난 불황의 늪에 가게 문을 닫는 영세상인들도 속출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한달새 곱절로 뛰어 2,000원을 육박했고,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대한민국 주식회사'는 사실상 '부도'상태였다.

10년 뒤 현재, 우리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이제는 '3차 오일쇼크' 위기까지 겹쳤다. 휘발유부터 물가는 오르지 않는 게 없다. 롤러코스터를 탄 환율도, 외국인의 '셀 코리아'에 대혼란에 빠진 증시도 불안하기만 하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지표 이상으로 심각하게 가라앉고 있다.

10일 서울 도심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벌써 2,000원대에 접어들었다. 한국석유공사의 가격정보제공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9일 현재 서울 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0.69원. 연초 1,700원대로 출발한 휘발유값은 꺾일 기세가 아니다. 물가고(苦)는 환란 직후만큼 심각해졌다. 6월 소비자물가(5.5%)는 98년11월 이후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밀가루값 인상을 이유로 서민용 외식물가는 환란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자장면 짬뽕 라면 등은 1년 전보다 10%가 넘게 올랐다. 하반기에는 전기, 가스 요금의 인상까지 예고돼있다. 물가는 내년에도 4%대밑으로 내려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물가 고공행진이 길어질수록 서민들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고물가로 인해 실질소득이 감소한데다가 빚 부담까지 서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가계 금융부채는 3월말 현재 640조원으로 2001년말 342조원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사상 최대. 가계 빚 부담에 대한 경고등도 켜졌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85% 수준이었던 가처분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말 148%까지 치솟았고 특히 소득하위 20%에선 164%에 달해, 저소득층 가구에서 특히 빚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잔액 기준)는 지난해말 이후 7%대로 올라선 데다 최근 금리 인상 압박도 높아져, 고물가 등으로 살림살이가 어려워지고 빚은 빚대로 늘고 금리까지 오르며 어려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늘어난 기러기 아빠들은 널뛰기하는 환율 때문에 노심초사다. 초ㆍ중ㆍ고 조기유학생은 1999년보다 15배 이상 늘어나 이제는 3만명에 달하는데, 해외 송금 유학경비는 만성적인 서비스수지적자의 주범으로 꼽힐 정도. 그러나 올들어 환율은 100원 이상 오르내려 환전타이밍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용시장도 비관적이다. 올들어 신규 일자리 숫자는 3개월 연속 20만개를 밑돌고 있다. 고용 침체의 여파로 구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구직단념자, 주부, 학생 등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올들어 사상 처음으로 1,500만명을 넘어섰다. 환란 직후에 비하면 실업률은 3% 안팎으로 안정돼보이지만, 아예 일하기를 포기하는 백수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희망이 꺾이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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