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식량부족 사태가 예견되면서 유전자 변형 농작물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유전자 변형 반대론자들은 변형 농작물이 간, 신장 기능 악화 등 부작용을 수반하며, 생물다양성을 해치는 ‘프랑켄푸드’라고 비난해 왔다. 특히 유럽에서는 변형 농작물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식량난이 대두되면서 유럽의 정치가, 농업 전문가들도 유전자 변형을 옹호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가 선정하는‘최고 과학자’였던 데이비드 킹 경은 “유전자 변형 작물은 식량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9일 폐막한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도 각국 정상들은 “생명 과학 기술을 통한 종자 다양성 등 과학에 기초한 위기관리를 촉진한다”는 데 합의했다.
현재 농작물에 대한 유전자 변형은 ‘생물적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높이는 1차적 방식에 국한되어 있다. 즉, 해충과 잡초에 강한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생산량 증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생물적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강한 농작물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식량 생산은 급격히 증가한다.
변형을 통해 식물 내 스트레스 반응 효소인 ‘팔프’를 감소시킴으로써, 가뭄 홍수 열 추위 염분 산성 등에 강한 농작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독일 바이엘사의 농작물 생산성 총괄 담당자인 미하엘 메츠라프는 “비생물적 스트레스를 줄이면 작황이 65~85 퍼센트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명공학 전문가들은 유전자 변형이 작황 증대뿐 아니라 지구 온난화 방지 효과도 수반한다고 말한다. 변형을 통해 바이오 연료 생산에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알파 아밀라아제’라는 효소를 증가시키면 연료 생산 효율성을 5~10% 가량 높일 수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주장도 있다. 농작물의 질소 사용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질소비료 생산에 드는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질소 산화물 등은 전체 온실 가스 배출량의 17%를 차지한다.
유전자 변형 농작물 생산은 최근 미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다. 현재 총 재배 면적은 한반도의 5배 정도 크기인 1억114만 헥타르로 지난해에 비해 12%나 증가했다. 유전자 변형작물 감시 단체인 ‘농업 생명공학 응용 실현을 위한 국제서비스’의 회장인 클리브 제임스는 “앞으로 8년 내 경작지는 2배 가량 증대해, 전 세계 농지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유전자 변형 농작물은 대두, 옥수수, 목화, 캐놀라 등이 있으며 현재 변형 쌀과 밀도 개발 중에 있다. 특히 유전자 변형을 통해 노란색 베타카로틴을 함유한 소위 ‘금쌀’이 조만간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밀의 경우 게놈 지도가 복잡해 10년 이내에는 생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전자 변형 농작물에 대한 인식 변화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의 클레어 옥스보로는 “유전자 변형으로 식량이 늘지도 않으며 기아나 빈곤을 해결할 수도 없다”며 “근본적인 농업 개혁을 추진하는 것만이 식량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강변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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