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세상이다.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바다, 그 물 속의 세상.
몸은 우주인이 돼 무중력 상태에서 유영하듯 흐느적거리고 귀는 물의 소리로 먹먹하다. 내 호흡은 공기방울로 피어올라 얼굴을 감싼다. 산호와 해초가 일렁이며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독특한 생김새의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유혹하는 세상. 바다 밑에 발을 딛고 올려다 보니 물 밖의 세상을 비추는 그 영롱한 물빛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바다가 그립고 바다가 즐거운 계절이다. ‘색다른 지구’ 바닷속을 탐험하는 스쿠버다이빙의 황홀한 유혹에 몸을 던졌다. 찾아간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호초 군락이 있는 제주 서귀포 앞바다 문섬이다. 제주관광대학 관광레저스포츠학과 김재영 교수 팀이 바닷속 다이빙을 도왔다.
오전부터 안개가 걷히질 않더니 서귀포 항에서 스쿠버 장비를 싣고 배에 올랐을 때는 가랑비가 적시기 시작했다. 부두를 벗어나 채 10분도 안돼 도착한 곳은 문섬 바로 옆의 새끼섬.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빚어낸 기이한 형상으로 그 자체가 충분히 볼거리가 되는 곳이다. 문섬과 새끼섬 사이 수직 직벽에 연산호 군락이 아름답게 무리지어 살고 있다. 새끼섬은 마치 다이빙을 위해 태어난 섬처럼 텐트 몇 동을 치고, 100여명의 다이버가 준비할 수 있는 평평한 자연 마당이 있다.
다이빙 3,000여 회가 넘는다는 베테랑 김 교수로부터 안전교육과 기본장비 사용법을 배운 후 옷을 갈아입었다. 푹신한 잠수복으로 몸을 감싼 뒤 허리에 납벨트를 두르고, 부력조절기와 공기통을 메고 나니 오리발을 신은 발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몸이 영 거추장스럽다. 하지만 어쩌랴. 이 무거운 장비들이 물 속에서 내 목숨을 지켜주는 것들인데 함부로 벗어버릴 수 없는 것.
빗줄기는 점점 거세졌다. 다행히 파도는 높지 않아 다이빙엔 무리가 없었다. 앉은 자세로 다리부터 집어넣으며 천천히 입수할 줄 알았는데 그냥 다리 벌리고 물속으로 뛰어들란다. 제일 무서운 순간이다. 비는 쏟아지고, 바다 속이나 밖이나 물세상인건 마찬가지. 에잇 모르겠다. 눈감고 ‘풍덩’.
몸은 바로 물에 떴고 뒤따라 들어온 김 교수의 지시에 따라 ‘이퀄라이징’을 연습했다. 바닷속에 들어가면 높은 수압에 고막이 압력을 받아 귀가 먹먹해지고 심하면 찢어질 듯 아프다. 콧구멍을 막고서 숨을 내쉬며 고막의 압력을 맞춰주는 것을 이퀄라이징이라 한다.
김 교수에게 부력조절기 스위치를 맡기고 새끼섬 절벽에 설치된 로프를 잡고 물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긴장된 탓인지 호흡은 거칠었고 입에서 퍼져나온 공기방울이 눈 앞을 가렸다.
심호흡으로 천천히 숨고르기를 한 후 밑으로 조금씩 내려갔다. 수심 1, 2m을 내려갈 때마다 귀가 아파오면 이퀄라이징을 통해 고막의 압력을 조절했다.
12, 13m쯤 내려오니 발이 바닥에 닿았다. 이제 좀 적응이 됐는지 시야가 열렸다. 수평으로 이어진 로프 저쪽에서 사람들 여럿이 헤엄쳐 오는 모습이 보였고 문섬과 새끼섬의 수직 절벽이 선명히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김 교수의 손짓에 따라 수평 이동. 드디어 연산호의 아름다움을 직접 눈으로 만날 수 있었다. 기대 이상이었다.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와 필리핀 다바오의 바다에서 체험했던 바닷속과 비교해 뒤떨어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딱딱한 외형의 경산호와 달리 몸에 뼈가 없어 조류에 따라 흐느적거리는 연산호들. 분홍, 연보라, 노랑… 색색의 연산호들이 수직 해벽에 꽃을 피웠다. 파스텔톤의 연산호들은 강렬한 빛의 열대 산호들과는 다른 색감이었다. 우리네 색동저고리를 보는 느낌이랄까.
김 교수가 커다란 바위 위에 조개껍질을 올려놓고 돌멩이로 콕콕 찧었다. 희뿌연 먼지가 피어오르자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고기떼들이 몰려들었다. 제주 문섬 일대가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로 꼽히는 것은 130여종에 달하는 산호초 군락도 빼어나지만 열대와 한대 어종을 함께 볼 수 있는 특이한 곳이기 때문이다.
손가락 끝에 걸릴 듯 말 듯 희롱하는 물고기들과 한참을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산호와 물고기의 군무에 취해 있다가 해초 펄럭이는 해벽의 로프를 붙잡고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내려갈 때보다 더 천천히 올라가라고 손짓했다. 물속에서 갑자기 올라갈 경우 몸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일 것. 그리고 ‘또 다른 우주’ 황홀한 바닷속 세상과의 작별을 늦춰가며 마음 속에 긴 여운을 남겨두라는 뜻일 게다.
■ 스킨스쿠버는?
● 스킨스쿠버는 스킨다이빙(skin diving)과 스쿠버(SCUBA) 다이빙을 합친 말이다.
● 스킨 다이빙이란 해녀처럼 간단한 잠수도구(수경, 스노클, 오리발)만 갖고 자신의 폐활량 한계 내에서 자맥질을 하는 것을 말한다. 스쿠버는 ‘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의 머릿글자를 모은 약칭이다. 압축공기탱크와 레귤레이터(호흡기), 옥토퍼스, 부력조절기 등을 이용해 수중에 오래 머물 수 있다. 두 가지 방법을 합쳐서 스킨스쿠버 다이빙이라 부른다.
● 스쿠버다이빙의 자격증은 초급, 중급, 상급, 강사로 나뉜다. 상급 자격증을 받으려면 잠수 경험도 그만큼 많아야 하고 별도의 교육도 필요하다.
● 기본 교육 권장시간은 36시간으로 기본 과정을 마치면 초급 수료증이 주어진다. 수료증이 없는 일반인들은 전문 가이드와 함께 하는 체험 다이빙을 할 수 있다. 당일 1시간 내외의 안전교육만 받으면 바로 체험이 가능하다.
● 스쿠버 다이빙은 생각보다 쉽게 배울 수 있고, 전문가 지시만 따르면 안전한 레포츠다. ‘자전거보다 안전한 레포츠’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제주시와 서귀포시 인근에 전문 다이버숍들이 있다. 체험 다이빙 비용은 다이버숍마다 차이가 있다. 여름 성수기에는 10만~20만원선.
서귀포=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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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에 한번피는 용설란, 6그루 동시만개 감탄 절로
백년에 한번 개화한다는 용설란 6그루가 동시에 꽃을 피웠다.
제주신라호텔에 진귀한 풍경이 연출됐다. 호텔 가든인 숨비정원을 장식하고 있는 멕시코산 외래종 식물 용설란이 꽃을 피운 것.
용설란은 용의 혀와 닮은 잎사귀를 가졌다고 하는 선인장의 일종으로 그 뿌리가 데낄라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다. 일생에 단 한번 꽃을 피우는 용설란은 그만큼이나 개화를 보기가 어려워 외국에서는 백년에 한번 꽃을 볼 수 있다고 해 ‘세기의 식물(Century Plant)’로 불린다.
용설란은 실제 20~60년을 살다가 단 한번 꽃을 피우고, 그 꽃이 떨어지면 서서히 고사해 생을 마친다고 한다.
호텔 관계자는 “그 귀한 꽃이 6그루에서 한꺼번에 피어난 것은 아주 희귀한 진풍경”이라며 “호텔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행운을 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축축 늘어진 선인장 잎 위로 전봇대 같은 꽃대가 쭉 뻗어 올라가 피워낸 용설란 꽃은 앞으로 한달간 볼 수 있다.
제주신라호텔의 ‘레저 도우미 GAO’ 팀은 여름 성수기를 맞아 해양 레저와 수중게임, 레크리에이션이 가득한 ‘서머 페스티벌’을 기획했다.
대표적인 해양 레저 프로그램은 서귀포 바다에서 GAO 도우미와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는 스쿠버다이빙이다. 제주관광대학 김재영 교수팀이 특별히 호텔 투숙객들의 가이드를 맡는다. 1인 8만원. 12세 이상부터 가능하다.
서머 페스티벌 기간 중에는 매주 연회장에서 콘서트가 펼쳐진다. 8월 1일에는 금난새와 유라시안 챔버 오케스트라의 클래식 공연, 8월 5일에는 재즈소녀 진보라의 재즈콘서트, 8월 8일에는 가수 홍경민 콘서트가 열린다.
매주 월ㆍ수요일에는 호텔 정원 내 쉬리 언덕에서 미니 야외콘서트가 열리고, 화ㆍ목ㆍ토요일에는 ‘살롱 뮤지컬’이 로비 바에서 선보인다. 매주 토요일에는 화려한 스테이지 마술쇼가 펼쳐진다.
서머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는 제주 신라의 서머패키지는 18일~8월24일 판매된다. 객실과 2인 조식, 세금, 봉사료 포함 주중 39만원, 주말 42만원. www.shilla.net/jeju, 1588-1142
제주=글ㆍ사진 이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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