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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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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입력
2008.07.1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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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댓살 먹은 여자아이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 있다. 할딱이지도 않고 같은 가사를 되풀이해서 잘 부른다. 노래하며 콧구멍을 후비는 모습까지도 귀엽다. 발음이 덜 영글어 ‘대한민국은 민주동화국이다’로 들리는 대목이 있는데, 그걸 들으며 민주童話국, 민주同化국이라는 말을 생각했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나라, 서로 다른 것들이 민주의 힘에 의해 닮고 같아지는 나라인가? 아니, 동화는 함께 화합한다는 뜻의 同和일 수도 있겠다.

<헌법 제1조> 노래만 하지 말고

‘민주공화국’은 그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어려서 이 노래를 부른 기억은 골수에 사무쳐 개인은 물론 국가ㆍ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그 나이에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복 받은 세대다.

그러나 이 노래를 부르는 어른들도 헌법 제 1조의 의미를 찬찬히 따져 보는 경우는 드물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선언이 나오기까지 겪어야 했던 민족의 고통과 수난을 생각하면서 민주와 공화의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한다.

헌법 조문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돼 있지만, 주권재민은 존중되지 않았다. 주권 운용이 국민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민주화투쟁의 역사다. 민주화 투쟁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키고 인권을 보장ㆍ존중하고 주권자로서의 국민의 지위를 튼튼히 하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도 아직 민주화가 완성되지 않았다, 이제 절차적 민주에서 내용적 민주로 이행해야 한다, 질적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국인들이 여전히 민주에만 집착할 뿐 공화라는 대의에 무지하거나 서투르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습득한 반민주 풍토가 민주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다.

최근 읽은 글을 인용하면, 미국 민주주의는 백인들의 개인주의와 원주민인 인디언들의 평화사랑 공동체가 접목된 것이라고 한다. 자유로운 나의 선택으로 하고 싶고 자신 있는 일을 찾아 성취하는 개인주의가 인디언들의 공동체의식과 만나 미국 민주주의를 이루었다는 것이다.

종파와 계파가 각양각색이었던 원주민들은 평화롭게 자연을 사랑하면서 살 수 있도록 공동체연합을 운용했고, 이를 토대로 민주적 질서를 발전시켜왔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부분, 공동체의식과 공화의 정신을 높이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관용을 바탕으로 한 시민의식과 공공의식이 높아져야 한다. 지금처럼 이념에 의한 분열과 대립, 갈등이 격심한 상황에서는 공화의 정신을 새로 익히고 길러야 한다.

어제 개원한 18대 국회는 할 일이 참 많다. 지금까지 계속해온 개헌 논의도 더 활발하게 추진해야 한다. 각종 사회단체와 학회에서도 다양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헌법을 새로 만드는 것은 나라를 새로 세우는 일과 다름없다. 논의과정이 새로운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공화정신을 고취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제냐, 단임제냐 중임 허용이냐, 내각제냐 이원집정제냐 하는 정부형태에 관한 논의보다 더 중요하다.

배려ㆍ관용의 공화 시민국가로

내국인끼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단일민족 사회에서 다문화사회로 바뀌었다. 그런 변화와 다문화 수용의 필요성이 반영돼야 한다. 비국민 거주자를 비롯한 소수 인권 문제도 언급해야 한다. 개헌담론 중에는 이제 국민국가형 헌법체계를 시민국가형으로 바꾸자는 것도 있다. 즉 ‘국민’이라는 말 대신 ‘모든 인간’ 또는 ‘시민’으로 주체를 바꾸자는 것인데, 이게 곧 보편적 인간의 복리와 자유를 말하는 공화의 정신이다.

헌법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의 제도와 생활에서도 민주의 가치 이상으로 공화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 ‘민주’만 하지 말고 ‘공화’를 해야 한다. 민주만 추구하다 보니 나밖에 소중한 것이 없고, 나만 늘 옳고,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 돼 버린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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