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하면서 경제예측기관들은 분주히 금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수정하고 있다. 게다가 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농산물 가격마저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물가불안 또한 예사롭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인데도 물가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세계적 경기침체 ‘위험한 수준'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월 초 물가와 민생 안정에 우선을 두면서 일자리 창출과 성장잠재력 확충 노력도 지속한다는 경제안정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동시에 국내 경제성장률을 당초 목표치인 6% 내외보다 크게 낮은 4%대 후반으로 조정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3% 내외에서 4.5% 내외로 올려 잡았다. 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적자는 7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확대하고, 취업자 증가는 35만 명 내외에서 20만 명 내외로 축소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가 경제운용 방향을 실물경제 흐름에 맞게 수정하고, 물가안정 노력과 동시에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은 것은 옳은 판단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대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이 장기화 할 경우에 대한 사전적 대비가 부족한 듯하다.
최근의 물가불안이 글로벌 수급불안에 기인한 구조적 문제인 만큼 일시적이 아닐 뿐더러 미국 경기 불황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가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도 대비하여야 한다. 얼마 전 세계은행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세계가 위험지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현 상황이 장기화 할 것에 대비하여 보다 근본적이면서 신중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먼저 물가안정을 위해 에너지 절약형 경제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 수입 유발적 또는 에너지 과의존적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과시적이고 낭비적인 에너지 소비 체제를 과감히 전환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원유와 곡물 등에 대한 수입선 다변화 노력을 지속하고, 대체에너지 개발이나 해외 유전개발 등 자원 확보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지원방안도 제시되어야 한다.
둘째, 민생안전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도 시급하다. 저소득 계층을 위한 다양한 혜택과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욱 절실한 것은 가계의 재무구조가 극도로 취약해진 상황에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가계 보호책 마련이다. 경기악화가 지속되고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할 경우 가계부채가 높은 사람들이 대규모 개인파산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안정과 사회분열 최소화 등을 위해서라도 국가 차원의 이러한 조치는 매우 중요하다.
중소기업의 유동성 확보 시급
셋째,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관리에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최근 중소기업과 가계의 금융기관 대출 연체율이 급증하고, 시중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매우 혼란스럽다. 대외적으로도 미국의 전방위적 대책으로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우려는 한풀 꺾인 듯하나,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자칫 ‘한국판 서브프라임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급격한 유동성 관리는 신용경색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에서 경기회복도 필요한 상황이다. 이 경우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킬 수 있는 거시적 확장정책 보다 시중의 풍부한 자금을 생산적인 투자로 연결시킬 수 있는 미시적 방안이 바람직하다. 경제 내 잠재하고 있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여 시중 자금을 부동산 시장에서 자본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 있는 혁신형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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