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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총에 맞은 금강산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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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총에 맞은 금강산 관광

입력
2008.07.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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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에 나선 우리 국민이 11일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정부는 북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한편 12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1998년 이후 북측에 의한 우리 국민의 인명피해는 처음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납득하기 어려운 의문점들이 적지 않아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국민들의 대북감정이 극도로 악화, 남북관계가 더욱 경색될 가능성도 있다.

통일부는 이날 "11일 오전5시께 박왕자(53ㆍ여ㆍ서울 노원구 상계동)씨가 장전항 북측 구역 내 기생바위와 해수욕장 중간지점에서 북측 초병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4시30분께 숙소인 비치호텔을 나가 해수욕장 주변을 혼자 산책하던 중 북측 군경계선을 200m 넘은 지점에서 피격됐으며 북측 연락을 받은 현대아산 측이 시신을 수습했다. 현대아산 측은 박씨 사망 후 6시간30분이나 지난 뒤인 오전11시30분께야 통일부에 이 사건을 보고했고 통일부는 11시45분께 청와대에 보고했다.

북측이 현대아산에 전달한 피격경위에 따르면 박씨가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경계 지역에 진입하자 초병이 정지를 요구했고 박씨가 달아나자 발포했다는 것이다.

박씨 시신은 현대아산이 수습한 뒤 오후1시께 남측으로 이송, 속초 병원에 안치됐다. 박 씨 시신을 검안한 속초병원 서명석 병원장은 "등 뒤쪽에서 날아든 탄환에 의한 총상으로 폐에 피가 고여 호흡곤란 및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북한군의 조준사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신에서는 등 오른쪽에서 가슴, 왼쪽 엉덩이쪽 등 두 곳에서 관통상이 확인됐다.

그러나 북측이 일방적으로 밝힌 피격경위에 대해 박씨가 철망이 쳐진 군경계선을 무리하게 넘어간 경위, 초병 경고 뒤 50대 여성으로서 백사장을 무려 1㎞ 이상 뛰어 달아났다는 점, 또 지근거리에서 사격한 것으로 총상 등 납득키 어려운 숱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북측 군인의 발포로 우리 관광객이 사망한 사고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진상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잠정 중단하고 조사결과에 따라 합당한 상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홍양호 통일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합동대책반을 구성, 대책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북측에 진상조사를 공식 요구할 방침이나 북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당국에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임명장 수여자리에서 "유족들을 위로하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정진황 기자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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