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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폭력의 시대

입력
2008.07.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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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홉스봄 지음ㆍ이원기 옮김/민음사 발행ㆍ192쪽ㆍ1만5,000원

영국의 원로 역사가 에릭 홉스봄(91)이 보는 21세기의 지구는 폭력의 상처 투성이다. <자본의 시대> , <혁명의 시대> , <미완의 시대> 에 이어 근저 <폭력의 시대> 에서 홉스봄은 이 시대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폭력을 제시, 세계화와 민주화 사이의 길항을 해석한다.

21세기 들어 끊이지 않고 있는 전쟁과 폭력은 제 1차 세계 대전 이래 증폭돼 온 야만화 과정의 일부다. 저자는 그 같은 상황을 추동하는 요인으로 국가 중심의 이념이 확산되고 미디어가 선정성의 포로로 전락돼 가는 현실을 꼽는다. 책에 의하면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의 상황은 정상이 아니었다.

미지의 상황에 대한 광적인 흥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잘못 붙인 이름 등 실제적으로는 말잔치로 전락한 현재의 형국은 국민들에게 소름을 돋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양 전락해 버렸다. 언론과 어리석은 정부가 비이성적인 두려움을 부채질하는 현실이 바로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큰 위험이다.

문제는 부시의 진정한 동맹국으로 자처하는 영국 같은 나라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일깨워 주느냐에 있다. “람보처럼 말하는” 미국이 택할 수도 있을 진정한 위험은 군국주의 체제에로의 전환이라는 지적이다. 상대를 악으로만 몰아 부치려는 이념적 과잉 확신 상태가 빚은 귀결이다.

홉스봄은 국민 국가의 약화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21세기의 가장 큰 흐름으로 꼽는다.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고 민주주의는 허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입증되긴 했지만 정부는 국민에 대한 설득과 이해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의 세계화된 지구촌을 관리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때임을 지구촌은 알야 한다고 노역사가는 권고한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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