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를 잃은 시중 자금이 ‘임시 대피소’로만 몰리는 등 극심한 눈치보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실질금리 마이너스로 떨어진 은행 예ㆍ적금은 물론, 주식ㆍ부동산 등 모든 투자대상이 부진에 빠진 탓이다. ‘일단 기다려보자’는 심리지만 잔뜩 부풀어진 부동자금이 일순간 한쪽으로 쏠릴 경우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거품으로 작용할 수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인 이달 들어 ‘부동자금의 대피소’격인 머니마켓펀드(MMF)와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4조원 넘게 줄었던 MMF에는 9일까지 5조6,236억원이 몰렸고 지난달 1조원 이상 감소했던 CMA 예탁금도 일주일 만에 7,152억원이 늘어났다. MMF와 CMA 잔액은 실제 올들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 이관석 재테크 팀장은 “최근 정기예금이나 펀드에서 돈을 빼 MMFㆍCMA에 넣고 기다리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치솟는 물가 탓에 예ㆍ적금은 찬밥이 된 지 오래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5.5%)과 세금을 감안하면 금리가 연 6.5%는 넘어야 손해를 안보지만 일부 저축은행 상품을 제외한 사실상 시중은행 전 예ㆍ적금 상품은 실질금리 마이너스 상태에 돌입했다. 실제 시중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3조원 넘게 줄었다.
은행 고객들은 대신, 직접 운용자산을 지정해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특정금전신탁이나 예금보험료가 없어 그나마 금리가 높은 양도성예금증서(CD) 통장으로 몰리는가 하면, 아예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언제든 뺄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예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그나마 금리가 높은 일부 특판예금은 인기몰이에 나서 외환은행이 1조원 한도로 7일부터 팔기 시작한 최고금리 연 6.5%의 ‘마이 파트너 예금’에는 불과 나흘 동안 4,000억원 가량의 뭉칫돈이 몰렸다.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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