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러시아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26)를 베이징올림픽 선수단 기수로 결정했다. 여자 테니스의 마리아 샤라포바(21)가 내심 기수가 되기를 원했지만 러시아 청소년ㆍ체육위원회는 이신바예바의 손을 들어줬다.
안드레이 라브로프 러시아 청소년ㆍ체육위원회 회장대리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러시아 사상 처음으로 여자선수가 기수로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레나(이신바예바의 애칭)는 아름다우면서도 러시아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주저 없이 이신바예바의 손을 들어줬다. 천하의 ‘요정’도 ‘미녀새’를 당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굳이 라브로프 회장대리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신바예바는 ‘러시아 대표선수’다.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전설’ 세르게이 부브카(45ㆍ우크라이나)에 이어 인류 역사상 두 번째로 ‘새’라는 호칭을 얻은 이신바예바는 2008 베이징올림픽을 빛낼 별 중의 별이다.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4m91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생애 첫 올림픽 제패의 기쁨을 맛본 이신바예바는 이번 대회에서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올림픽 2연패와 3년 만의 생애 22번째 세계기록 수립.
이신바예바는 지난 2005년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5m01로 세계기록을 수립했다. 이후 이신바예바는 5m를 넘은 적이 없지만 지난 2월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실내육상선수권대회에서 4m95를 기록했다.
설령 이번 올림픽에서 이신바예바가 5m 벽에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4m80 이상만 넘으면 금메달은 확실하다. 올 세계대회에서는 미국의 에이프릴 스타이너가 기록한 4m63이 실외 최고기록이다. 이신바예바가 ‘평소대로만’ 하면 이변은 있을 수 없다.
이신바예바만의 강점은 잘 알려진 대로 균형감각과 탁월한 도약력에 있다. 어렸을 적 기계체조선수였던 이신바예바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과 장대를 짚은 뒤 바를 넘는 도약력이 남자선수 못지않다.
영국 육상 대표팀 장대높이뛰기 스티브 리픈 코치는 “기술, 스피드, 도약력 등 모든 면에서 이신바예바는 웬만한 남자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이신바예바는 베이징올림픽을 넘어 만 31세가 되는 2013년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장대를 잡는 게 꿈이다. 99년 세계무대 등장 이후 세계기록을 21번이나 세우며 정상을 지키고 있는 이신바예바는 “앞으로 5m15까지는 뛸 수 있을 것 같다.
2013년 조국에서 열리는 육상선수권대회까지 뛸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미녀새’의 시선은 올림픽을 넘어 5년 뒤 조국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고정돼 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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