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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보양식, 더위에 허해진 몸 '으랏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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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보양식, 더위에 허해진 몸 '으랏차'

입력
2008.07.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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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소·죽·수산물의 재발견

덥다. 찐다. 어지럽다. 목덜미에서 가슴팍을 타고 처진 뱃살 아래로 땀이 고인다. 마누라는 이런 나를 두고 누런 육즙이 줄줄 흐른다고 비아냥댄다. 허한 게라, 이럴 땐 보양식이 최고다.

칼칼한 육수에 죽죽 찢은 살살한 살코기가 혀에 착착 감긴다. 크억! 배꼽부터 뜨끈뜨끈 데워지는 것이, 누가 40대를 고개 숙인 남자라 했던가.

여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넥타이를 풀어헤친 40, 50대 중년 남성들이 삼계탕, 장어구이,영양탕 가게에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지만 한편에선 고칼로리의 전통 보양식을 부담스러워 하는 까다로운 보양족(族)들이 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신세대 보양족들은 음식의 칼로리와 성분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은 물론 곡물이나 채소로 만든 고단백 죽 등 이색 보양식을 즐기면서 개, 소 닭 등 동물성에 치우쳐 있던 기존 보양식에서 벗어나려 한다.

보양식은 지리적 역사적 조건에 따른 식생활 문화를 대변한 것일 뿐 불변의 건강식품이거나 특정 종류의 고기요리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과거 수천년간 한반도의 식생활 습관은 채식 위주였기 때문에 칼로리와 지방이 많이 포함된 고기 요리가 필수였다.

하지만 고기요리를 아무때나 먹을 수 있게 된 요즘엔 칼로리를 낮추면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성분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도 보양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꼼꼼한 신세대 보양족들의 똑똑한 입맛을 따라가보자.

■ “이왕이면 저칼로리” 실속 다이어트형

우리나라 보양식 중 1인분 당 칼로리가 가장 높은 음식은 삼계탕이다. 보신탕과 갈비탕이 뒤를 잇는다. 이들 음식은 지방 함유량도 일반 음식의 3배인 60%를 훌쩍 넘는다.

때문에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이나 늘어진 뱃살 때문에 괴로워하는 직장남성들 중엔 상대적으로 칼로리나 지방 성분이 낮은 해산물을 선호하기도 한다.

칼로리가 비교적 낮은 보양식으로는 오리고기와 추어탕, 민어매운탕 등이 꼽힌다. 오리에는 불포화지방산이 포함돼 있어 원기를 보충하면서도 살찔 염려가 없다.

추어탕은 대한의사협회가 대표적인 전통 보양식으로 꼽은 음식들(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민어매운탕 장어구이 갈비탕) 중 칼로리는 가장 낮고 단백질은 가장 많다. 뼈를 갈아 만들기 때문에 무기질과 섬유질이 풍부해 아이나 노인이 먹기에도 좋다.

■ “고기보다 나은 영양 섭취” 죽 보양형

보양 밥상의 역전이라 할만큼 파격적으로, 죽을 이용한 보양식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칼로리나 동물성 지방, 콜레스테롤이 낮으면서 보양을 위한 영양 성분을 간직한 음식들을 찾아 먹는 것이다. 인천녹색연합 채식 소모임을 운영 중인 한약사 이현주(41)씨는 “보양식은 여름철 땀으로 영양성분이 흘러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몸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을 말한다”며 “속을 든든하게 해줄 수 있는 죽 요리도 훌륭한 보양식이 된다”고 추천한다.

콩단백과 버섯으로 만든 황기버섯죽과 현미죽, 구기자가지찜 등이 채식으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황기버섯죽은 황기삼계탕이나 보신탕처럼 황기와 찹쌀, 마늘, 대추를 넣지만 닭고기 대신 버섯을 가늘게 찢고 콩단백을 넣어 닭고기의 질감과 고단백 성분을 대신한다.

폐와 비위를 튼튼히 하면서 땀구멍의 개폐를 조절해 여름철 면역력을 살리는 황기의 특성을 그대로 살린 음식이다.

■ “제철 음식, 엄마 손맛이 최고” 소박한 밥상형

땅에서 난 음식을 제철에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보양식이라며 친환경 자연주의 밥상을 권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녹색연합은 2006년 펴낸 <자연을 담은 소박한 밥상> 에서 가정주부들이 추천하는 친환경 유기농 제철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땀을 많이 흘리고 더워서 지치기 쉬운 여름에 몸의 열을 내려주는 녹차콩수제비, 열무물김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집에서 엄마들이 만들 수 있는 전형적인 가정 요리다.

입맛 돋구는 반찬이나 후식과의 궁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푸드칼럼니스트 미상유(27)씨는 “아무리 훌륭한 진수성찬이 눈 앞에 있어도 입맛이 없으면 제대로 먹을 수 없다”며 “보양식을 먹더라도 시원한 동치미와 채소 겉절이를 함께 먹으면 무기질과 비타민을 동시에 섭취하면서 입맛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사진=조영호기자 vol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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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양식, 유래는 아시고 드시나요?

보신탕의 유래는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의 여러 책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전한(前漢)의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 를 보면 기원전 679년에 이미 개를 잡아 제사에 바친 내용이 묘사된다.

16세기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 에는 개의 쓰임새를 세 가지로 분류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식견(食犬)’이다. 당시에 이미 개고기를 자주 먹었던 일상을 상상케 한다.

우리나라의 개 식용 유래를 추측할 만한 자료도 많다. 개의 뼈가 나온 신석기시대 유적과 개 잡는 장면이 그려진 고구려벽화 등을 통해서도 ‘역사’를 따져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 중종 편과 <동국세시기> , 19세기에 쓰인 <규합총서> 등엔 개를 삶아 먹어 더위를 물리친다거나 개 요리의 상세한 요리법을 적은 부분이 눈에 띈다.

개 요리를 몸에 영양을 보충해주어 원기를 돕는다는 의미로 ‘보신탕’이라 칭하기 시작한 것은 현대에 들어서다. 옛 문헌들은 대체로 개고기를 개장국이라 했다. 개고기를 즐겨온 민족은 수렵, 유목생활보다 우리처럼 농경생활에 의존해온 경우가 많다.

비록 사냥을 하지 않아도 소 등 육식 공급원이 있었지만 이들 가축은 농사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만만한’ 개를 식용으로 선택한 것이다.

삼계탕의 시작은 병아리보다 조금 큰 닭을 의미하는 연계(軟鷄)를 백숙으로 고아먹던 것에서부터다. 여기에 인삼을 넣은 것을 일컬어 ‘계삼탕’이라 불렀는데, 이후 삼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닭보다 삼이 강조된 명칭으로 바뀌게 됐다.

추어탕도 빼놓을 수 없는 여름 보양식. 이규태의 <한국인의 밥상문화> 는 추어탕의 유래를 고려 말 송나라 사신의 기행문인 <고려도경> 을 통해 소개한다.

조선시대 기록에서 추어탕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없는 데 대해서는 ‘너무나 서민적인 음식이기에 기록에서 소외됐다’고 쓰고 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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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단고기·日장어·中불도장… 여름철 氣 펄펄 아시아!

삼복더위에 기가 허해지는 것이 한국 사람만의 일은 아니다. 셔츠 깃에 소금기 밴 허연 무늬가 앉을 정도로 땀을 쏟고 나면, 중국인도 베트남인도 무언가 든든한 것을 찾게 된다.

언어와 피부색만큼 다양한 것이 아시아의 음식문화이지만 공통적으로 여름철 보양 음식이 존재한다. 우리 이웃들의 원기를 채워주는 복날 메뉴는 어떤 것이 있을까.

■ 발잔등에만 떨어져도 약이 된다 – 북한의 '단고기'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기관지인 조선신보 5일자에는 단고기(개고기)와 자라요리에 관한 기사가 났다. 조선신보는 "조국(북한)을 방문한 동포들은 평양의 이름난 음식점들에서 맛좋고 건강에 아주 좋은 음식을 눅은(싼) 값으로 먹을 수 있다"며 방북한 재일동포들 사이에서 이들 음식이 인기라고 보도했다.

기사의 내용대로 북한 주민들이 으뜸으로 치는 보양식은 남한과 마찬가지로 개고기다. '오뉴월의 단고기 국물은 발잔등에 떨어져도 약이 된다'는 속담까지 있다.

북한의 개고기 요리법은 남한에 비해 무척 화려한 편. 조선신보는 "내장, 갈비, 껍질 등을 부위별로 제공하고 기호에 맞게 등뼈찜, 갈비찜, 뒷다리 토막찜, 껍질볶음, 황구신 무침 등에 이어 마지막에 단고기 장밥을 내놓는 코스식 요리가 일반적"이라고 보도했다.

내장을 김에 싸서 먹은 뒤 고기를 대추와 함께 끓인 탕과 죽으로 즐기는 자라요리도 북한의 고급 보양식이다. 또 닭곰(삼계탕)과 어죽, 팥죽 등은 예로부터 더위를 이기게 하는 음식으로 사랑받는 것들이다.

■ 검은색이 정력에 좋다 – 일본의 '장어'

한국 사람들이 복날 삼계탕을 먹듯이 일본 사람들이 한여름이면 찾는 음식은 장어다. 일본의 복날인 토왕일(土旺日)이면 장어 요리를 파는 음식점 앞에 늘어선 긴 줄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달콤한 간장 소스를 발라 노릇하게 구운 장어덮밥을 땀을 뻘뻘 흘리며 먹는 모습이 전형적인 일본의 여름철 풍경이다.

장어에는 일반 생선보다 비타민A가 100배나 많이 포함돼 있으며, 당질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필요한 비타민B1도 풍부하다. 하지만 그런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기 수백년 전부터, 일본인들은 '검은색 음식이 정력에 좋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깨닫고 있었다.

■ 50여가지 재료에 양고기 - 베트남의 '라우제'

연중 여름날씨가 계속되는 베트남에는 라우제라는 보양식이 있다. 본래 왕족들이 즐기던 궁중요리로 진한 육수에 야채와 쌀국수를 넣어 끌이는 전골 형태의 음식이다.

10여가지 약재를 넣어 고아 낸 육수에 부추, 쑥갓, 시금치 등 40여 가지의 재료를 넣고 양고기와 함께 끓여 만든다. 우리나라의 신선로와 비슷하며 맛이 깔끔해 여성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베트남 요리는 '느억맘' 등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 소스와 젓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의외로 친근한 느낌을 준다. 스태미나에 좋을 뿐 아니라 혈액순환과 이뇨작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스님도 담 넘어온다 – 중국의 '불도장'

중국에서는 뭐니뭐니해도 불도장이다. 청나라 때부터 만들어 먹기 시작한 이 음식은 "냄새를 맡으면 절에서 수행 중인 스님도 담을 넘어온다"고 하여 이름도 불도장(佛跳牆)이라고 붙었다.

동충하초, 사슴 힘줄, 상어 지느러미, 잉어 부레, 자라, 송이버섯, 죽순 등 뭍과 물에서 나는 온갖 몸에 좋은 재료를 푹 고아서 만든다.

토기에 담아 3~4시간 푹 달이기 때문에 조리가 끝나면 재료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흐물흐물해진다. 서양식 스프와 비슷한 진한 국물이 한번 맛본 사람은 죽어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는 불도장의 진수다.

불도장의 귀한 재료를 마련하기 힘든 서민들은 불도장 대신 거북탕을 찾는다.

■ 부화 직전의 오리알 – 필리핀의 '발릇'

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삶은 '발릇'이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우리네 시골 목로주점에서 파는 곤계란과 흡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필리핀에서는 길가 노점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그 앞에선 필리핀인들이 군것질하듯 오리알 껍질을 벗기고 있다. 의학적인 근거는 분명치 않으나 필리핀에서는 발릇이 굉장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긴다. 하지만 부리와 날개 등이 이미 갖춰진 형태의 알이므로 외국인이 먹기 위해선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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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질·보양식 "궁합 맞추세요"

보양식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자신의 체질을 먼저 아는 게 순서다. 그래야 몸에 맞는 보양식을 골라 먹을 수 있다. 여기에 일종의 음식궁합이 이뤄지는 반찬과 조리법을 동원해주면 그제야 보양식은 ‘돈값’을 제대로 하게 된다.

체질은 보통 한의사의 문진과 설문, 오링 테스트, 맥진 등으로 확인 하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귀찮다면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자주 나타나는 질환을 살펴 아는 것도 방법이다. 사상의학의 체질 분류에 따른 보양식을 알아본다.

몸이 차고 소화기관의 기능이 떨어지며 기운이 약해지는 증상이 잦은 소음인에겐 삼계탕이 가장 좋다. 특히 황기를 달인 물로 삼계탕을 해 먹으면 효과가 크다. 개고기나 흑염소 고기도 성질이 따뜻하고 소화기능을 왕성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어 소음인의 식욕을 살려준다.

소양인은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이 화가 가슴에 뭉치며 자주 머리가 아프고 얼굴 위로 열기가 달아오르는 증상을 자주 경험한다. 이러한 소양인은 오리요리나 장어를 많이 먹는 게 좋다.

오리는 성질이 서늘해 몸에 열이 많으면서 허약한 사람의 보약으로 쓰인다. 오리 중 황색을 띈 암컷이 몸을 보하는데 최상이고 뼈가 검은 오리는 약으로 쓰기에 좋다.

덩치가 큰 외양의 태양인에게 육류 보양식은 그다지 권하지 않는다. 대신 포도와 같은 과일을 즐겨 먹는 게 효과적이라고 한다. 단 장어는 태양인에게도 효과가 좋다.

대장 기능이 잘 약해지고 성인병, 비만의 가능성이 높은 태음인에게 권할만한 육식 보양식은 쇠고기, 명태 정도. 금세 살이 찌는 체질이다보니 차라리 도라지, 연근, 양배추, 무, 익힌 시금치 등 야채와 수박, 복숭아 등 과일이 도움이 된다.

이진무 동서신의학병원 교수는 “찬 성질이 강한 오리고기, 돼지고기, 해산물을 조리한다면 생강, 부추, 고추, 마늘, 파 등을 곁들여 충분히 익혀야 여러 체질에 고루 어울리는 음식이 된다”며 “체질을 따져 먹는 게 가장 좋지만 특별히 허약하거나 질병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냉면, 국수, 제철과일을 과식하지 않고 먹는 것으로도 사실 충분하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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