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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좋은 놈 정우성 "캐릭터 완성 열정에 대부분 CG 안쓰고 찍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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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의 좋은 놈 정우성 "캐릭터 완성 열정에 대부분 CG 안쓰고 찍었죠"

입력
2008.07.1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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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눈동자에 살짝 핏발이 섰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하다. 거친 면도에 몇 가닥 남은 수염이 쇠처럼 빳빳하다. 에스프레소머신의 '칙'하는 스팀 소리에 자꾸 얼굴을 찡그린다. 할 수 없다. 이럴 땐 인터뷰이가 워밍업될 때까지 빠르게 질문을 소비해야 한다. 준비해 간 질문의 절반이 그렇게 새나간다.

마침내 스탠바이. '멋있다'는 무지향의 형용사가 객관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배우의 표정이 피어난다. 여인들의 넋을 빼놓는다는 그 미소. 화제작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17일 개봉) 가운데 '좋은 놈', 정우성(35)이다.

- 도원(좋은놈)은 냉소적이고 쿨하면서 남녀노소 누가 봐도 멋있는 남자다. 도원의 캐릭터를 만들어 간 과정은.

"난 도원이 좋은 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에서 '좋은'과 '나쁜', 그리고 '이상한'은 상징적 수식어일 뿐이지 캐릭터를 규정하는 말이 아니다.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는 창이(나쁜놈)에게 이상한 면이 더 많고, 태구(이상한놈)가 셋 중 가장 인간적이지 않은가.

멋있게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은 없었다. 도원은 자기가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 도취감을 표현하려 했을 뿐이다. 그게 결과적으로 시니컬하면서도 쿨하게 읽히는 것 같다."

- 영화의 첫째 매력은 시선을 압도하는 화려한 액션이다. 연구를 많이 했는가.

"정두홍 무술감독이 나한테서 멋진 선을 뽑아내는 법을 안다. 예컨대 기차 위를 걷다가 총을 창처럼 돌려 뒤로 쏘는 것은 <무사> 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컴퓨터그래픽이 많이 들어갔다고 착각하는데 대부분 목숨 걸고 직접 찍은 거다. 내가 와이어 매고 뛰면 정 감독이 카메라 들고 뒤에서 따라 뛰었다. 서로를 믿을 수 있고 좀 더 멋진 캐릭터를 만들려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차별화된 액션이 가능했다."

- 액션을 제외하고 무게를 둔 다른 부분이 있는지.

"시나리오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이 도원과 태구가 부딪치며 자아내는 묘한 관계다. 잡으려는 자와 도망치려는 자가 콤비로 느껴지지 않나? 도원이 딱 한 번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도 태구와 단둘이 있을 때고…. 그런 부분을 살리려고 애썼는데 관객들도 재미있게 느끼는 것 같아 다행이다."

- 아직도 <비트> 의 반항아 '민이' 이미지로 기억하는 관객이 많다. 도원 캐릭터에서도 그걸 읽어내는 사람이 있던데. 혹 이제 지워버리고 싶지는 않나.

"그건 내가 심어준 게 아니다. 그러니 지우려고 한다고 지워질 것도 아니겠지. 사람들이 민이라는 아이를 스스로의 마음 속에 각인시킨 것 아닐까. 그건 <비트> 라는 영화의 힘이다. 하지만 그 잔상이 10년 넘게 남을지는 몰랐다. 하지만 내가 거기에 머물러 있지도 않았고… 나는 현실을 살아가야 하니까."

-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영화인 정우성의 앞길은.

"예전부터 이야기를 상상하고 글로 끄적이는 걸 좋아했다. 욕심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연출 쪽으로 관심이 갔다. <비트> 나 <태양은 없다> 찍을 때 내가 쓴 내레이션을 흔쾌히 받아 주시는 감독님들을 보면서 용기도 생겼다. 하지만 내 본분은 배우다. 진행 중인 영화가 있기 때문에 그걸 마치는 것이 우선이다.

영화 작업이라는 게… 계속 아쉬움을 채워가는 과정인 것 같다.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 매번 캐릭터가 바뀌고 작품이 바뀌니까…. (진지한 표정으로)하지만 이번 작품은, 아쉬움보다 만족도가 크다. 분명히."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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