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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소리와 바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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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소리와 바람 사이

입력
2008.07.1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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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로 버티기엔 무시무시한 더위다. 창문을 연다. 하늘 꼭대기에 숨어있던 바람들이 각종 스모그와 먼지를 이끌고 쳐들어온다. 그런데 굵은 전선줄이 스무 가닥도 넘게 걸려 있는 하늘에서는 바람만 오는 게 아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의 질주 소리와, 지하철과 기차들의 몸부림 소리와, 전투기들의 비행 소리가 동서남북에서 몰려와, 장대한 헤비메탈 콘서트를 벌인다.

여인은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윗집 여인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혹시 안 시끄러운 가요? 나만 시끄러운가 해서.” “너무, 너어무, 시끄러워!” 20년 이상 거주 보장 임대아파트는 그렇게 소리 사이에 서 있다. 기름값이 그렇게 올랐다는데, 왜 차소리는 줄지 않는가? 새벽에도 멈춤이 없어 문득문득 놀라 깨게 만드는가? 전투기는 기름도 더 많이 들 텐데, 왜 자꾸 뜨는가? 여인은 이 아파트에 당첨되었을 때, 만세를 부르며 좋아했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하지만 거주 3년만에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 소원이 되었다. 어쩌면 도시에서 산다는 건,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옮겨 다니는 게 아니라, 소리가 조금이라도 덜 들리는 곳으로 옮겨 다니는 징검돌놀이가 아닐까. 여인은 소리를 더는 감당하지 못한다. 창문을 굳게 닫고 선풍기를 끌어안는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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