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남편에게 선배로서의 조언을 좀 구해야 되겠어요.”
우리나라 과학 수사의 본산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첫 여성 소장과 함께 첫 소장 부부가 탄생했다. 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제11대 국과수 소장으로 정희선(52) 법과학부장이 임명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과수 약물분석 능력을 향상시킨 공로와 조직관리 역량을 모두 감안해 정 부장을 소장으로 임명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약대를 졸업한 정 소장은 1978년 당시에는 ‘금녀의 영역’이던 국과수에 들어왔으며, 이후 국과수의 역사를 새로 써 왔다. 그는 미국 LA카운티 법과학연구소, 영국 킹스칼리지 연수를 거쳐 국내 최초로 소변에서 필로폰 성분을 검출하는 시험법을 개발했으며 2002년에는 국과수 최초로 여성 부장(법과학부장)에 올랐다.
국과수 최초 여성 소장 탄생은 첫 부부 소장의 탄생을 뜻하기도 한다. 정 소장의 남편은 99년부터 2002년까지 역시 제8대 국과수 소장을 지낸 유영찬(66) 박사이기 때문이다. 부부 모두 약학 박사인 이들은 법과학부장을 지낸 뒤 소장에 올랐다.
정 소장에게 남편은 평생의 반려자이면서도, 직장에서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앞서 개척하고 이끌어주는 미더운 선배다. 유 박사는 93년부터 법과학부장을 맡아 국과수의 마약 및 약독물 관련 업무를 총괄했으며, 99년에는 제8대 소장에 올랐다.
정 소장이 남편이 맡았던 법과학부장에 오른 데 이어 조만간 국과수 업무를 총괄하게 된 배경에는 스스로의 각별한 노력과 함께 남편의 애정어린 충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게 틀림없는 ‘부부 국과수 소장’이 된 이들 부부는 93년 결혼했으며, 슬하에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두고 있다.
정 소장은 “여성 비율이 20% 남짓인 국과수에서 여성인 제가 최고 책임자에 오르게 된 것은 동료 여성 연구원의 노고 덕분”이라며 “새로운 마약 검출 기법을 개발하고 신종 범죄에 대한 효과적 대처방안을 마련하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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