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를 ‘내해’(內海)로 삼았던 고대 로마제국의 번영이 1,500년 후 재현될 수 있을까.
13일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정식으로 출범하는 지중해 연합이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노쇠해 가는 유럽대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시사주간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10일 보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으로 열리는 지중해연합 정상회의에는 유럽연합(EU) 27개국과 지중해 연안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국가 17개국 등 총 44개국이 참여한다. 당초 사르코지는 지중해연안 국가로 회원국을 한정됐으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반발에 따라 EU 모든 회원국이 참여하게 되면서 규모가 커졌다.
이에 따라 지중해연합은 이슬람과 유대교 및 기독교 등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혼합된 ‘세계의 축소판’이 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중해연합을 건설하는 것은 지중해 연안 국가들뿐 아니라 모든 인류에 중요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중해 남쪽해안 즉, 북부아프리카와 중동ㆍ터키ㆍ이스라엘 지역은 복잡한 지정학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제 성장이 활발하다. 2006년 이 지역에 유입된 해외직접투자는 590억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2000년과 비교해 6배나 증가한 수치다. 최근 원유가격 급등이 투자 증가에 큰 도움이 됐지만, 금융, 통신, 소매,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르노ㆍ닛산은 모로코에 자동차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고, 모로코의 항구도시 탕헤르에는 미국 서부 롱비치보다 규모가 큰 컨테이너 부두가 들어선다. 이밖에 미국업체는 항공부품 공장, 아랍권 업체는 건설, 브라질은 비료와 섬유, 인도는 정보기술(IT)과 제약업체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중해 남쪽해안 지역 국가들은 고질적인 정치불안뿐 아니라 여전히 열악한 산업기반시설, 저학력과 높은 실업 등 문제점도 적지 않다. 지중해연합을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로 의심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아랍과 아프리카의 단결을 저해하는 신식민주의 구상이라며 불참 의사를 공식화했다.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터키는 비록 정상회의에 대표를 보내기로 했으나 지중해연합이 터키의 EU 가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중해연합의 성공 여부는 프랑스를 비롯한 EU 국가들이 자유무역 원칙에 맞춰 공정하게 자국 농산물 시장의 문호를 개방하고, EU 역내 국가간의 기득권을 완화해 비 EU 국가들의 신뢰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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