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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피살/ 숨진 박씨, 北 초병 정지명령후 1㎞나 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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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피살/ 숨진 박씨, 北 초병 정지명령후 1㎞나 도주?

입력
2008.07.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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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ㆍ여)씨의 피격 경위는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북측의 짤막한 통보내용에 대해 납득키 어려운 숱한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숙소인 비치호텔의 CCTV로 확인된 박씨의 호텔 외출시각은 오전 4시30분께. 일행이 "박씨가 해변에 나가보고 싶어했다"고 말했듯 박씨는 혼자 새벽산책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동해 일출시각이 대략 오전 5시10분인만큼 마지막날 일출을 볼 생각도 했을 것이다.

왜, 어떻게 통제지역을 벗어났나

우선 박씨가 북한군 경계지역으로 들어간 경위부터 의혹이다. 해수욕장 가장자리에는 약 2m 높이의 녹색 철제울타리가 해변까지 이어져 있다. 해변을 걷다 우연히 군경계지역으로 들어설 수는 없다는 얘기다. 현대아산측은 비디오 등를 통해 녹색울타리 너머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누누이 교육하고 있다. 넘어서는 안될 선이라는 점을 박씨가 몰랐을 리 없다는 얘기다.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못해 울타리 훼손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박씨가 굳이 울타리를 뜯어내고 통과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울타리가 바닷물까지 이어진 것은 아니어서 철조망을 우회해 수심이 깊지않은 물 속을 걸어 넘어갈 수는 있으나 이 또한 무리한 추정이다.

굳이 발포해야 할 상황이었나

북측 주장대로 박씨가 초병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도주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격을 가한 것은 상식을 넘는 행위다. 물론 해안경계 근무수칙에 따르면 정지명령에 불응할 경우 발포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이 금강산 관광특구고, 남측 관광객들이 머물고 있다는 것을 초병도 모를 리 없다. 또한 피격 추정시각인 오전 5시 전후라면 해가 뜨기 전이라 해도 박명(薄明)에 의해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된다. 민간인 여성 정도라는 것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북측 설명대로 박씨가 피격 전 1㎞나 도주하는 중이었다면 충분히 판단해 사격 보다는 추격해 붙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50대 중년여성이 모래사장을 1km나 쉬지 않고 뛰어 달아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그토록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나

박씨는 정확하게 등과 둔부를 관통 당했다. AK 계열의 총기를 개량한 대부분 북한군 소총은 유효사거리가 300m 남짓이다. 그것도 정지상태에서 정확히 조준했을 경우다. 시야도 충분치 않은 어스름한 새벽에 다급히 뛰어 달아나는 움직이는 물체를 추격해 가면서 그토록 정확하게 명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수십 발을 난사해 그 중 두발이 박씨를 정확히 맞췄을 수 있지만 이 경우 조용한 새벽녘의 요란한 총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했다는 것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박씨가 해변을 산책하다 군경계선 철조망에 도착, 호기심에 북한군 지역을 가까이 넘겨보던 중 초병의 경고를 받고 놀라 몸을 돌려 달아나려다 지근거리에서 총에 맞았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아무것도 확인되지 않는 현재로선 추정일 뿐이다.

이밖에도 북측이 박씨 사망 추정시각인 오전 5시 이후 무려 4시간이나 지난 9시20분에야 남측에 통보한 점도 의문이다. 또 남측에 인도할 때까지 시신을 현장에 그대로 둔 채 굳이 피격지점을 확인시켜 준 점 등도 어색해 보인다.

진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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