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순 지음/한길사 발행1권 466쪽, 2권 431쪽, 3권 464쪽ㆍ각 권 1만8,000원
“국토는 언제나 가장 구체적이다. 모든 추상적인 담론을 걷어내고, 국토의 깊숙한 고갱이를 찾고 또 찾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1권 도입부) 그렇다면 피서 삼아 떠나는 패키지 해외 여행은 얼마나 허황된가.
“사람의 심신이 극도에 달할수록 풍경은 사무치게 절경이 된다. 풍경의 ‘절대성’ 앞에서 인간 존재의 ‘상대성’마저 절실해진다.”(2권 도입부) 그렇다면 혀끝의 즐거움을 좇아 나선 미각 여행은 얼마나 상투적인가.
“찾지 않는 한 국토는 없고, 깨닫지 않으면 현실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걷는다. 내가 길을 새롭게 하는가, 길이 나를 새롭게 하는가.”(3권 도입부) 여행의 객체와 주체는 마침내 호접몽의 경지에 달한다.
원로 작가 박태순(66)씨의 여행기는 자신의 본령을 찾아 나선 자의 득도기이다. 그는 “국토 여행이란 종횡무진으로 헤매여야 하는 것이고, 좌충우돌로 부닥뜨리게 되는 것이어서 때로는 종착이 없는 기행문이 되기도 한다”며 그 화학 작용의 얼개를 밝힌다. 1975년 <작가 기행> , 83년 <국토와 민중> 등 문학적 아취와 시대를 꿰뚫는 결기로 기행 문학의 새로운 획을 그었던 작가의 세번째 작품이다.(한길사) 국토와> 작가>
39편의 기행문과 선명한 컬러 사진들이 책을 초입에서 끝까지 어깨를 겯고, 우리 산하의 소중함을 전한다. 그의 붓끝은 시대의 후미진 곳을 구석구석 찾아 간다. 그는 악취와 밑바닥 인생의 한이 공존하는 서울의 풍경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거부한 권력 공간을, 잡음 끝에 복원된 청계천에서 ‘역(逆)도시화’라는 새로운 화두를 본다.
그는 봄꽃 흐드러진 섬진강, 육자배기 가락 펼쳐지는 영산강 들녘, 춘향의 가슴 부풀게 한 사랑의 흔적이 남아 있는 광한루를 땀 흘리며 완상해 간다. 우리 산하의 마루, 백두에 이르러서는 관광 차원이 아니라 세계역사문화유산 탐사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는 국토 개발 계획자들에게 당부한다. “대청호의 청남대, 대청댐 하류의 신행정도시, 공주와 부여를 연계하는 금강의 블루 네트워크, 대전광역시ㆍ청주ㆍ공주천안을 포괄하는 근강의 블루 네트워크를 구축할 ‘신택리지’에 대해서 국토의 멜로디와 리듬, 그리고 하모니를 흐트러뜨려서는 아니 될 일”이라는 권고다(3권 294쪽). 민속 문화니 향토 문화니 내세워 지자체마다 ‘보호ㆍ 육성’하려 안달을 내지만 주민들의 호응은 도대체 없어져 버린 이 현실을 “주객전도에 본말전도이며 극심한 사회 변동과 문화 변동의 후폭풍”으로 본다.
책은 소설도 수필도, 인터넷에 산재한 여행담도 줄 수 없는, 기행 문학의 진미를 선사한다. 저자는 ‘열섬현상’, ‘공해지표식물’, ‘꽃가루달력’ 등 환경 관련 정보를 곳곳에 삽입, 우리 시대가 자연을 완상하고만 있을 수 없는 이유를 깨우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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