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조 때 군대에서 사용하던 청동북이라 해서 보물(864호)로 지정된 육군박물관 소장 금고(金鼓)가 현대에 만든 가짜로 판명돼 문화재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
문화재청은 이 금고가 가짜일 가능성이 있다는 외부 민원이 지난 3월 제기돼 수개월간 전문가들과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실 등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문제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내달 14일 열리는 문화재위원회 회의를 거쳐 문화재 해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1586년(선조 19년) 제작됐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는 이 금고는 육군박물관이 시중에서 구입, 군사문화재로서 가치가 높다고 평가돼 1986년 3월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이 금고가 가짜라는 근거로 명문 내용과 제작기법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금고에는 '삼도대중군사령선(三道大中軍司令船)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용한 쇠북이며, 무게는 13근이고 만력(萬歷)14년 병술년(1586) 3월 일에 제작되었다'는 명문이 있다. 하지만 '삼도대중군사령선'에서 삼도수군제도는 1593년에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했고, '중군'이라는 직임은 조선후기에 등장하며, 지휘관의 배는 사령선이 아니라 '좌선(座船)'으로 불렸다. 명문 내용이 시대착오적이므로 가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 금고는 고리를 달기 위해 뚫은 구멍이 전통적 방법이 아닌 기계로 투공한 것처럼 아주 깨끗하게 처리됐고, 명문의 새김에서 전통적 음각기법이 아니라 현대적 기법이 관찰됐으며, 녹의 분포도 자연 녹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문화재청은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 금고는 60~70년대에 제작된 것에 명문을 새겨넣고 녹을 슬게 해 조선시대 유물인 것처럼 유통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군사분야의 국보ㆍ보물이 가짜로 드러난 것은 한 해군대령이 92년 가짜 '귀함(龜艦)별황자총통'을 통영 바다에 떨어뜨렸다가 인양한 것처럼 속여 국보로 지정됐다가 96년 모조품으로 밝혀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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