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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벼랑 끝 한국경제] 2부-<3> 장 자크 그로하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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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벼랑 끝 한국경제] 2부-<3> 장 자크 그로하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소장

입력
2008.07.1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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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한 외국기업인 사회에선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제시했던 '747'공약의 해당주체가 점차 바뀌고 있다고 말합니다. 7은 물가 상승률이고, 4는 경제성장률, 마지막 7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라는 얘기다. '747'에 대한 이 같은 냉소적인 지적은 한국경제가 당면한 위기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장 자크 그로하(44ㆍ사진) 주한유럽상공회의소(EUCCK) 소장은 10일 한국정부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해결방안에 있어 기업환경을 둘러싼 각종의 정책 방향과 일관성, 예측가능성 등 3가지 요소가 없고 불투명하기까지 하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그로하 소장은 "성장중심의 경제정책을 펴겠다고 하다가 물가를 잡겠다고 방향을 전환하는 등 구석구석에서 방향성을 잃고 있으며 친 기업적(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을 기대해온 기업인들에게 조차 실망과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가를 기업과 같이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기업은 뚜렷한 사업목표(objective)와 이를 이루기 위한 비즈니스 스킬(business skill)과 액션플랜(action plan), 그리고 데드라인(deadline)이면 성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MB정부는 뚜렷하게 국정운영의 목표부터 흔들리면서 방향성을 잃고, 비즈니스 스킬도 발휘하지 못해 기업인들 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그의 진단이다.

그는 "외국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정부에 업무협조를 구하려고 해도 누가 어떤 책임을 맡고 있는지 파악이 안될 정도"라며 "잇단 장관의 '사실상 공석'으로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국무총리가 국무 의원들의 일을 조정하고 정책방향을 조율해야 하는데 자원외교를 책임진 지식경제부 장관을 제쳐두고 자원확보를 위해 해외를 순방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 심지어 기업에서조차 생각할 수 없는 월권"이라고 질타했다. "한마디로 이 정부는 시스템이 없는 엉망진창의 '매시(messy)'조직"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로하 소장은 특히 "기업경영과 국정운영이 다르다는 점을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4개월여를 거치면서 몸소 체감했을 것"이라며 "'원맨쇼(One Man Show)로서는 국가를 운영할 수 없다는 점을 하루빨리 깨달아 여론을 수렴한 조직정비와 예측 가능한 정책시스템의 구축, 일관된 정책방향을 통해 국정운영을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촛불시위'의 진의(眞意)가 MB정부에 거부감을 가진 모든 세력들의 연합체(Coalition)로 변질된 현실에 대해 깊이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시급하게 이뤄져야 할 규제개혁안 등의 입법절차가 국회의 공전으로 발이 묶이고, 자유무역협정(FTA)체결과 인준문제, 외환은행 매각절차 등 주요 국내경제 이슈들이 실상과 다르게 변질되고 있는 현실은 주한 외국 기업인들 조차도 한국경제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방향성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하 소장은 이 같은 문제의 근본원인을 '소통의 부재'에서 찾았다. 국민들이 예측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정책방향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고, 성장일변도의 일방 통행 커뮤니케이션이 국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MB정부가 취하고 있는 대 북한 접근전략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나타냈다. "지난 두 정부가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었지만 MB정부는 태동에서부터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스스로 발을 묶는 고립된 입장을 자초했다"며 "미-북한 관계가 호전되면서 북한은 더 이상 한국과 서둘러 대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고 한국으로서도 북한과의 교류를 활성화할 뚜렷한 카드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부는 내부 사회갈등 문제부터 추스리면서 리더십을 회복하고, 시간을 두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그는 단정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사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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