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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사생활의 역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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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사생활의 역사 4

입력
2008.07.10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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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페로 등 / 새물결

1900년 7월 10일 파리에서 지하철이 개통됐다. 1863년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 생긴 이후 부다페스트(1896)와 빈(1898)에 이어 네번째였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던 그 해 파리에서는 만국박람회와 제2회 올림픽도 열렸다. 1900년을 전후한, 19세기 말부터 20세기초까지를 프랑스인들은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라 불렀다.

그 꿈 같던 시절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막을 내리고 만다. 진짜 20세기는 1914년부터 시작됐던 것이다. 벨 에포크는 그러나 비유럽 즉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결코 아름답지 못했던, 제국주의에 침탈당한 암흑의 시절이다.

아무튼 이후 세계의 대도시 곳곳에서 생겨난 지하철은 지상은 물론 땅 속까지도 인간들의 삶의 무대로 만들었다. 파리보다 74년 후에 생긴 서울 지하철의 인상을 시인 최영미는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이라고 단 두 줄의 시로 쓰기도 했다.

1900년의 파리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에 <사생활의 역사 4> 가 떠오른 것은 그 때문이다. 로마제국부터 20세기까지를 시대별로 5권으로 나눠 쓴 <사생활의 역사> 중 네번째 권인 이 책이 다루는 시기가 프랑스혁명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다.

<사행활의 역사> 는 이미 새로운 역사서의 고전이다. 서구의 남자와 여자의 삶이라는 사적 영역, 도시(혹은 촌락)라는 삶의 무대, 그리고 그 ‘뒤켠’에서의 모든 사생활을, 문자뿐 아니라 갖가지 도판을 써서 역사로 포함시킨 책이다. 이 책은 정치, 경제라는 틀로 인간을 보던 기존 역사 서술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물론 타인들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보려는 관음증적 욕망의 충족을 위한 것은 아니다. “진정 중요한 이야기는 이곳(무대 뒤켠)에서 펼쳐지는 것”이며 “사생활의 역사란 일상의 정치사”라는 역사가들의 신념의 소산이다.

흥미로운 내용, 필자들의 통찰력 있는 서술이 한 평자의 표현대로 이 책을 ‘눈을 위한 향연’ 그 자체로 만든다. 그 방대한 내용을 읽어나가는 것은 지적인 축제에 몸소 참여하는 경험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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