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페로 등 / 새물결
1900년 7월 10일 파리에서 지하철이 개통됐다. 1863년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 생긴 이후 부다페스트(1896)와 빈(1898)에 이어 네번째였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던 그 해 파리에서는 만국박람회와 제2회 올림픽도 열렸다. 1900년을 전후한, 19세기 말부터 20세기초까지를 프랑스인들은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라 불렀다.
그 꿈 같던 시절은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막을 내리고 만다. 진짜 20세기는 1914년부터 시작됐던 것이다. 벨 에포크는 그러나 비유럽 즉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결코 아름답지 못했던, 제국주의에 침탈당한 암흑의 시절이다.
아무튼 이후 세계의 대도시 곳곳에서 생겨난 지하철은 지상은 물론 땅 속까지도 인간들의 삶의 무대로 만들었다. 파리보다 74년 후에 생긴 서울 지하철의 인상을 시인 최영미는 ‘나는 보았다/ 밥벌레들이 순대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을’이라고 단 두 줄의 시로 쓰기도 했다.
1900년의 파리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에 <사생활의 역사 4> 가 떠오른 것은 그 때문이다. 로마제국부터 20세기까지를 시대별로 5권으로 나눠 쓴 <사생활의 역사> 중 네번째 권인 이 책이 다루는 시기가 프랑스혁명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다. 사생활의> 사생활의>
<사행활의 역사> 는 이미 새로운 역사서의 고전이다. 서구의 남자와 여자의 삶이라는 사적 영역, 도시(혹은 촌락)라는 삶의 무대, 그리고 그 ‘뒤켠’에서의 모든 사생활을, 문자뿐 아니라 갖가지 도판을 써서 역사로 포함시킨 책이다. 이 책은 정치, 경제라는 틀로 인간을 보던 기존 역사 서술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사행활의>
물론 타인들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보려는 관음증적 욕망의 충족을 위한 것은 아니다. “진정 중요한 이야기는 이곳(무대 뒤켠)에서 펼쳐지는 것”이며 “사생활의 역사란 일상의 정치사”라는 역사가들의 신념의 소산이다.
흥미로운 내용, 필자들의 통찰력 있는 서술이 한 평자의 표현대로 이 책을 ‘눈을 위한 향연’ 그 자체로 만든다. 그 방대한 내용을 읽어나가는 것은 지적인 축제에 몸소 참여하는 경험이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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