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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기름값 새로 읽기

입력
2008.07.10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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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 당 140달러를 넘자 정부는 1단계 에너지 비상대책을 앞당겨 발동했다. 또 170달러 돌파 때 적용하려던 2단계 위기관리대책 시행시점도 150달러로 강화했다. 이에 따라 당장 내주 초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800여개 공공기관 승용차는 홀짝제로 운행된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시행했던 홀짝제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20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아직은 공공부문에 한정된 홀짝제이지만, 유가공습을 실감케 하는 첫 가시적 조치의 상징성은 크다.

▦ 그런데 워낙 오랜만에 도입되는 것이어서 관공서의 혼란과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우선 많은 기업과 관청이 지금도 자율 실시하는 10부제가 자동차번호 끝자리와 날짜 끝자리가 같은 날 운행하지 않는 네거티브 시스템인 까닭에, 홀짝제도 그런 식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부처 간에도 헷갈린 이 문제는 홀수차량은 홀수날, 짝수차량은 짝수날 운행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정리됐다. 반면 늘상 있게 마련인 ‘홀짝제 적용 예외차량’에 대한 지침이 불명확해 도처에서 민원과 불평이 쏟아진단다. 비상체제의 첫 작품이 이 모양이다.

▦ 며칠 전 외신은 미국의 유타주가 내달부터 주정부 사상 처음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한다고 전했다. 대상은 2만4,000여명의 주 공무원 가운데 경찰ㆍ소방관ㆍ교도관ㆍ법원직 등 필수요원을 제외한 1만7,000여명. 종전에 월~금요일 하루 8시간씩 근무하던 것을 월~목요일 하루 10시간씩 일하는 것으로 바꿔 1년 동안 시범운영한 결과 에너지 절약과 환경보호 등에서 기대 밖의 효과를 거둬서다. 유타에서 주말의 시작을 신에게 감사하는 표현인 ‘TGIF(Thanks God. It’s Friday)’가 ‘TGIT(Thursday)’로 대체되는 것도 시간문제인 셈이다.

▦ 지구적 의제로 부상한 초 고유가로 인한 생활의 변화와 적응 과정은 혼란스럽고 피곤하다. 하지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주유할 때의 경제적 고통만 이겨낸다면 인생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조금은 좋아질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기름에 지배되어온 삶을 재설계해 보라고 권고한다. 그러면 근검절약 생활화, 비만 감소, 일자리 증가, 교통량 및 대기오염 감소, 보험료 절감 등 10대 축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치솟는 기름값에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겨운 사람들에겐 꿈같은 소리지만, 생각마저 기름에 짓눌리는 것은 피할 일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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