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를 졸업하고도 번듯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끝내 은행 현금자동인출기 경비원이 된 한 청년의 사연이 7일 중국 주요 언론에 소개됐다. 겉으로는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도, 실제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맞물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중국 취업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기사다.
신경보(新京報) 등에 따르면 후베이(湖北)성 황강(黃岡)시 출신 류쥔(劉俊ㆍ25ㆍ가명)씨는 2001년 대입고사에서 고향 학생들 중 문과 1등을 차지하며 장학생으로 런민(人民)대 재정금융학원에 입학했다. 2005년 학사학위를 취득한 류쥔은 자원봉사자로서 낮은 임금을 받고 1년간 서부대개발사업에 참가하는 등 취업에 유리한 경험도 쌓았다.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온 그는 일자리를 쉽게 찾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번번이 좌절을 맛보았다. 하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 대학교에서 보조원 등으로 일했지만 이번에는 명문대 졸업장이 걸림돌이 됐다. 직장 상사들은 좋은 대학을 나온 그가 그 일을 오랫동안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해고해버렸다. 류쥔은 런민대를 졸업한 게 아니라 그곳에서 돈을 내고 청강했다고 속여 몇 차례 더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그는 대졸자 평균 임금의 40% 밖에 되지 않는 1,150위안(18만원)의 월급을 받는 은행 경비원이 됐다. 류쥔은 “적은 월급이지만 학비 대출금도 갚고 부모님에게도 일부 보내고 있다”며 “부모님과 친구들에게는 경비원이라고 하지 않고 은행에서 내근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연이 실린 중국 포털 시나닷컴에는 7일 오전에만 700여건의 댓글이 올랐다. 지방대 출신으로 베이징에서 아파트 경비 생활을 하는 또 다른 ‘동지’의 격려, 중국 교육체계와 취업난이 걱정이라는 한탄, 대학 가도 별 볼일 없다는 자조 등이 대부분이었다. 이 같은 뜨거운 반응은 이맘때가 대학 진학 시기이자 대졸자 취업시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졸자 415만명 중 60%가 백수였다는 통계가 있는데, 올해는 사정이 더 나쁘다는 게 중국 언론의 분석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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