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은 1960~90년대 미국 자동차시장의 50~60%를 차지하며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상징했다. 미 정부는 60년대 GM의 독점 구도를 깨기 위해 셔먼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으로 제소하겠다고 위협할 정도였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 공장이 몰려 있던 디트로이트는 미국에서 팔리는 차량 10대 중 9대를 만들 만큼 최고의 생산력을 구가했다.
월가, GM의 파산 가능성 경고
세계자동차 시장을 지배해온 GM이 이제는 죽기 직전의 가쁜 숨을 몰아 쉬는 공룡으로 전락했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GM의 파산 가능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내고 있다. 메릴린치는 최근 “GM이 유동성위기 극복을 위해 150억 달러를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으며, 시장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파산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거대 공룡의 파산 가능성은 지난달 GM의 미국 내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나 격감했다는 실적 발표가 나오면서 확산됐다. 판매 부진의 늪에 빠진 포드, 크라이슬러도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제조업의 아이콘이었던 빅3에 대한 비상벨이 울리고 있는 셈이다.
GM의 추락은 끝이 없다.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90년대 50%대에서 2000년 30%로 내려간 데 이어 올들어 5월에는 19.5%로 더 떨어졌다. 매출 부진으로 2005년 104억 달러, 2006년 20억 달러, 지난해 387억 달러 등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으며, 올해에도 70억 달러 가량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한 때 60만명이나 됐던 북미공장 종업원수는 올들어 8만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통했던 GM이 침몰하는 타이타닉 신세가 되면서 종업원들은 극도의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GM이 허우적거리는 동안 고품질ㆍ고연비ㆍ친환경 차량으로 무장한 일본 도요타가 지난해 GM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등극했다.
GM이 몰락한 데는 시장의 변화를 무시한 오만한 경영과 위기에 빠진 후에도 노조와의 갈등으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고유가로 에너지절약형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데도 기름 먹는 하마인 대형차와 SUV 등에 집착하면서 화를 자초했다.
미국의 자동차전문가 미쉐린 메이너드는 <디트로이트의 몰락> 이라는 저서에서 “소비자들은 10여년 동안 비슷한 디자인과 성능의 차를 내놓은 GM차를 외면하고, 품질과 연비가 좋고, 중고차 값도 비싼 도요타 등 일제차를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강성노조의 잦은 파업과 근로자에 대한 과도한 복지비 지출도 경쟁력을 갉아먹는 치명타가 됐다. 디트로이트의>
GM의 몰락은 국내 업계에 적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다. 1등 업체라도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생산적 노사협력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올해 미국시장 진출(1986년) 이후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차가 마(魔)의 벽인 시장점유율 5%대를 돌파하고, 기아차도 3%를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의 점유율은 현대차 4.2%, 기아차 2.4%였다. 고유가와 경기 침체로 미국 빅3와 도요타의 판매량이 같은 기간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현대ㆍ기아차가 연비가 좋은 소형차 등 주력 차종을 무기로 미국시장 공략을 강화하면 연말까지 각각 5%와 3%의 벽을 돌파하는 것도 가능하다. 양 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조만간 10%대 진입도 넘볼 수 있게 된다.
도요타 좇느냐 GM처럼 되느냐
세계 5대 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은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노사분규로 위기를 맞고 있다. 라인이 멈추면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이 있는 소형 차량에 대한 전세계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 버릴 수 있다. 도요타는 54년간 한 건의 분규도 없는 노사협력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 공격적 해외시장 개척과 품질 향상으로 일본차를 좇아가려던 현대ㆍ기아차가 노사분규의 덫에 걸려 GM을 닮아가서는 안 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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