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의식, 능력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2008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08)에서 러시아 대표팀을 4강에 올려 놓아 세계를 놀라게 한 거스 히딩크(62) 감독이 밝힌 ‘마법’의 비결이다.
히딩크 감독이 시각 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인 ‘히딩크 제2드림필드’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7일 한국을 방문했다. 낮 12시50분께 연인 엘리자베스와 함께 입국장을 나선 히딩크 감독은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와 환영인파의 환호에 특유의 미소로 답했다. 히딩크 감독은 “올 때마다 고향 같은 느낌을 준다”며 1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의 소감을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유로 2008 성공비결에 대해 “6년 전 한국 대표팀을 이끌 때처럼 젊은 선수들이 목표 성취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을 갖고 대회에 임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대표팀은 두려움을 모르고 실수를 해도 곧바로 만회할 줄 아는 좋은 팀”이라며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누구도 이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고 ‘4강신화’를 자랑스러워 했다.
잇단 졸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 축구 대표팀을 향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2002년 월드컵 4강신화’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충고를 던졌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에 속해 있지 않아 정확한 사정은 모른다”고 전제하고 “내가 떠난 이후 좋은 지도자들이 대표팀을 맡았고 지금도 훌륭한 코칭스태프가 팀을 이끌고 있지만 2002년과 같은 성적을 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그 이유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지도자의 덕목 중 하나로 선수들의 정신적인 면을 잘 파악해야 한다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히딩크 감독은 “나는 심리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특별히 공부한 일도 없다”면서 “그러나 축구 지도자는 기술적인 지도 외에 선수 개개인의 심리적인 특징과 성격을 파악해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팬들에겐 부진한 성적에 실망하지 말고 대표팀에 꾸준한 격려를 보내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그는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성원이 필요하다”면서 “2002년 월드컵에서 집중지원이 없었다면 좋은 성적을 올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마법사’라는 별명에 대해 선 “나는 늘 부족하다고 느껴 계속 공부하는 아마추어일 뿐 마법사는 결코 아니다”며 예의 겸양을 보였다.
14일까지 한국에 머무는 히딩크 감독은 8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 및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오찬 회동을 갖고, 9일에는 포항 한동대에서 열리는 ‘제2 히딩크 드림필드’ 준공식에 참석한다.
인천공항=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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