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선수가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일이다. 스포츠과학이 뿌린 씨앗이 금메달이란 결실을 맺을 때까지 노력하겠다."
체육과학연구원 전문체육연구실 문영진(41) 박사. 운동역학으로 무장한 그는 장미란(25ㆍ고양시청)의 금메달 도우미다. 장미란은 용상에 강하고 인상에 약하다. 인상 기록을 향상시키지 못하면 금메달은 그림의 떡인 셈. 문 박사는 3차원 영상 분석과 근전도 분석(EMG:elec-tromyography)을 통해 장미란의 기록 향상을 돕고 있다.
■ 약점을 찾아라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했다. 문 박사는 장미란의 약점부터 샅샅이 살폈다. 3차원 영상 분석 결과 장미란이 역기를 들 때마다 중심이 왼쪽으로 쏠렸다. 장미란과 대화하면서 중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왼쪽 무릎을 다쳤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왼쪽으로 기울다 보니 몸의 균형이 깨지고 기록 향상도 더뎠다.
또 2004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 탕공홍(중국)과 장미란의 기술을 비교ㆍ분석하면서 크고 작은 문제점을 찾았다. 장미란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한국선수는 허리 위주의 기술을 사용한다. 용상에서 강하지만 인상에서 약한 이유다. 문 박사는 인상에서는 허리가 아닌 하체의 힘을 이용해야 기록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좌우 균형을 맞춰라
장미란은 고관절부터 어깨, 팔꿈치, 손목까지 통증이 끊이질 않는다. 왼 무릎에 대한 부담은 역기를 들어올릴 때 오른발이 뒤로 빠지는 습관을 만들었다. 무게 중심이 왼쪽으로 쏠리자 고관절 등에 통증이 생겼다. 문 박사는 "금메달을 위해선 첫째 부상이 없어야 하고, 둘째 인상 기록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미란은 2005년부터 오른쪽보다 근육량이 작은 왼 무릎 신근과 고관절 신전근 등을 단련했다. 3년간 꾸준히 노력한 결과 좌우 근육량은 지난해 말부터 비슷해졌다. 문 박사는 EMG를 통해 장미란이 근육량과 함께 힘의 분배까지 좌우 균형을 맞추도록 돕고 있다. 장미란을 괴롭히던 부상이 점차 사라지자 기록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
■ 허리 S라인이 金 열쇠
여자역도 +75㎏급은 장미란과 중국 무솽솽의 2파전이 예상된다. 무솽솽은 5월에 328㎏(인상 145㎏, 용상 183㎏)을 들어올렸다. 세계선수권을 3연패한 장미란은 최근 323㎏(인상 140㎏, 용상 183㎏)까지 기록했다. 은메달은 떼어놓은 당상이고 메달 색깔만 남은 셈이다.
금메달의 열쇠는 허리 S라인에 달렸다. 장미란은 역기를 들 때 엉덩이가 뒤로 빠진다. 하체가 아닌 팔로 역기를 든다는 뜻이다. 시작 자세에서 허리를 S자로 만들고 가슴을 최대한 앞으로 내밀면 하체의 힘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다. 문 박사는 "장미란이 S라인을 유지해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 문제만 해결하면 5㎏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자역도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국가당 4체급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세계 최강 중국이 +75㎏급을 포기할 조짐이 보인다. 무솽솽보다 금메달 가능성이 큰 선수가 무려 5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스포츠과학으로 무장한 장미란은 금메달 '0순위'가 된다. 장미란이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릴 때 문영진 박사는 연구실에서 장미란의 동작을 분석하느라 바쁘다.
● 100m, 총성 울리고 0.1초 내 움직이면 반칙
육상의 꽃 100m.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뽑는 육상 100m는 단순해 보이지만 곳곳에 스포츠과학이 숨어있다.
■ 0.1초 내에 출발하면 반칙
육상 100m는 0.1초에 약 1m씩 뛰다 보니 출발이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 출발이 0.1초 빠르면 1m 앞에서 뛰는 셈이다. 국제육상연맹은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고 0.1초 내에 움직이면 반칙으로 처리한다.
인간이 귀를 통해 소리를 듣는데 0.08초, 대뇌의 명령으로 몸이 움직이는데 0.02초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스포츠과학은 총성을 듣고 0.1초 내에 움직이면 총성을 듣기 전에 출발했다고 판단한다.
■ 출발 지지대(starting block)
"단거리 선수들은 왜 몸을 숙인 채 출발하지?" 야구 투수가 마운드에서 신발로 땅을 파듯 옛날엔 육상 선수도 출발선에 땅을 파고 발을 집어넣었다. 출발 지지대는 1929년 스포츠과학에 심취한 아이오와 대학 조지 브레스나한 코치가 발명했다.
작용과 반작용을 이용한 출발 지지대는 강한 추진력으로 시간을 0.1초 이상 단축시킨다. 특허까지 받은 출발 지지대는 1934년부터 일반화됐고,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공식 사용됐다.
■ 최첨단 黎羞물?운동화
LA올림픽 4관왕 칼 루이스(미국)는 상의와 하의는 물론 모자까지 달린 유니폼을 입고 달렸다. 인체역학에 따라 공기와의 마찰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근육을 압박하거나 마찰열을 발생시켜 운동 능력을 극대화하는 유니폼이 개발중이다.
신발 바닥에는 마찰력을 키우고자 스파이크를 달아 속도를 향상시킨다. '인간 탄환'은 스포츠과학의 도움으로 인간의 한계를 10초에서 9초90, 9초75 등으로 낮추고 있다.
태릉=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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