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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환율전쟁 선포/ 외환보유액 풀어도… 실탄은 넉넉 불구 '위험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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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환율전쟁 선포/ 외환보유액 풀어도… 실탄은 넉넉 불구 '위험한 선택'

입력
2008.07.10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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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거칠다. 물론 환율 상승을 방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시장에 전달하겠다는 의도일 테다. 그렇다 해도 “외환보유액을 풀어서 환율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당국의 발언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의 달러 매도 개입은 보유 외환을 통해 이뤄지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풀겠다”는 표현은 어지간해서는 쓰지 않는 게 관례다.

그야말로 시장과 제대로 한 판 붙어보자는 선전 포고인 셈이다. 2003년 무렵, 지금과는 정반대 상황에서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던 상황과 흡사하다. 당시 결과는 정부의 참패였다.

지금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실탄(외환보유액)은 넉넉해 보인다. 6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581억달러로 세계 6위 수준. 환란 당시 127억달러의 20배에 달한다. 심지어 적정 보유 수준을 넘어섰다는 논란도 벌어질 정도다.

더구나 추가적인 실탄 공급도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5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달러화 매도 개입을 단행했지만, 외환보유액은 1억달러 감소하는데 그쳤다. 유로화 강세로 달러 환산 보유액이 증가하고 보유 외환의 운용 수익도 매월 증가한 덕을 본 것이다. 이쯤 되니, 정부가 시장을 향해 “한 판 붙어보자”고 나설 만도 하다. 안병찬 한은 국제국장은 “현재 외환보유액은 긴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한 수준”이라며 “특히 환율이 과도하게 급변동할 때 미세조정을 위해 이용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은 아무리 많다 해도 한정된 재원이다. 반면, 정부가 상대해야 하는 외환시장의 투기, 투자 자금은 무한정이다. 애초부터 감당이 되지 않는 싸움이다. 적절한 타이밍, 그리고 적절한 수준으로 치고 빠지는 고도의 전술이 아니면, 투기세력에 역공을 당할 공산이 크다. 특히 “환율은 경상수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어야 한다”(환율 상승 유도) “환율이 물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환율 하락 유도) 등의 인위적인 방향 제시는 더욱 위험하다.

당국의 패를 읽은 투기세력에게 헐값에 달러를 건네주는 격이 되고, 이는 투입 외환 규모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환율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에서 정부 정책을 이용하려는 세력이 분명히 나타날 텐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상당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은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환란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 성격이 더 강하다. 단지 지금의 환율 수준이 정부가 기대하는 것보다 높다는 이유로 야금야금 갉아먹는 게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 송재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최후의 자산인 외환보유고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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