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15일부터 도입할 예정인 관용차 홀짝제를 앞두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적용기준과 차량들이 정해지지 않아 지방자치단체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단체장이나 시도의회의장들의 전용차량은 물론, 대민 서비스를 이유로 대부분의 차량을 제외할 방침을 세우고 있는가 하면 차량의 끝 번호를 달리해 홀짝제를 피하는 등 편법까지 동원할 예정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9일 대구시에 따르면 산하 사업소와 본부, 의회 등 38개 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관용차량 214대 가운데 홀짝제 대상은 72대(33.6%)에 불과하다. 대구지역 일부 구청은 구청장, 부구청장, 의회 의장의 전용 및 의전용 차량을 제외시키는 것을 고려하다 이날 대구시로부터 홀짝제 시행 공문이 내려옴에 따라 동참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다른 구청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대전시의 한 관계자는 “기관장이 택시를 타고 외부활동을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단체장이나 의회의장들은 전용차와 의전차를 교대로 쓸 게 뻔해 홀짝제는 대민 업무에 나서는 공무원의 발만 묶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관공서 차량 홀짝제는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잘 발달한 서울 중심적 발상”이라면서 “농촌지역이 많고 관내 면적이 광활한 경기도의 경우 차량이 없으면 대민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어 홀짝제의 일률적 시행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번호판을 교체하는 등 편법을 쓰고 있다. 전남 광양시는 시장 전용차량과 의전용 차량의 끝 숫자가 짝수로 같자 의전용 차량의 번호판을 홀수로 교체했다. 전남도도 홀짝제 시행이 장기화 할 경우를 대비해 관용차량 번호판이 홀수와 짝수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번호판을 교체할 계획이다.
충남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에너지 절약 시책에 공무원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관용차량에까지 홀짝제를 적용하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관용차량 운행을 30% 감축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홀짝제를 도입하면서 다시 관용차량 운행의 30%를 감축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또 차량의 30%를 이용하지 말라는 것인지, 운행거리의 30%를 줄이라는 것인지도 불명확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경북도의 한 관계자는 “지금도 관용차량이 부족해 긴급한 대민업무가 있을 경우 개인 차량을 이용할 때가 많다”면서 “농촌지역에서는 차량이용이 필수적이어서 관용차량 운행을 막으면 개인차량 이용이 그만큼 늘어나는 풍선효과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적용 기준을 각 부처ㆍ산하기관과 지자체로 나누어 지침을 마련 중”이라며 “지금까지 지적된 불합리한 사항들을 고려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전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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