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원ㆍ달러 환율은 948.5원에서 1,050.4원(4일)까지 100원 이상 올랐다. 정부는 7일 기존 구두개입보다 훨씬 강력한 환율 안정 의지를 밝혔지만, 불과 수개월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환율을 초고속 상승 곡선에 태운 책임까지 벗어 던지기는 어려울 듯 하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외환당국 수뇌부는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고환율 정책 기조의 발언을 쏟아내며 환율 상승의 기폭제를 제공했다. 강 장관은 2월 29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을 시장에 온전히 맡기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고, 그 후에도 “현재의 경상수지 적자 기조를 감안하면 환율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자명하다”, “거시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경상수지”라며 성장을 위한 수출지향적 고환율 정책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중경 2차관도 “900원대 환율은 비정상적이었고, 최근 환율 움직임은 수년간 고평가된 원화 가치가 정상화되는 측면이 있다”,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급격한 하락은 더더욱 바람직하지않다”고 말하는 등 고환율을 용인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그러던 정부가 물가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환율 안정을 강조하는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초. 유가 상승 압박과 치솟는 환율 탓에 물가가 급등하자 뒤늦게 환율 상승을 방어하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이다. 강 장관은 지난달 9일 “물가가 크게 오르는 새로운 환경을 감안해 금리와 환율(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고환율 정책을 포기했다.
최종구 국제금융국장도 “정부는 환율이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 주길 희망한다”, “정부는 외환시장 흐름이 물가안정 정책과 조화될 수 있도록 확실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점차 높이면서 환율 상승 억제에 나섰다.
최 국장은 7일 “외환시장의 쏠림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정부가 일부러 환율을 끌어올린 것은 아니다”라고 정부의 고환율 정책 실패론을 부인했다. 하지만 환율당국 수뇌부의 발언이 환율 상승에 가속을 붙이는 등 외환시장의 자연스런 흐름을 저해했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